앵커: 기존 탈북민 청소년의 범주를 제3국 출생 청소년으로 확대하고 한국에서 출생했지만 북한 관련 배경을 가진 청소년도 포함시킬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숭실대학교 산하 통일정책연구기관 숭실평화통일연구원이 21일 서울 동작구에서 개최한 ‘탈북 청소년 및 다문화 가정 청소년의 적응과 지원 방향’ 학술회의.
발제에 나선 숭실평화통일연구원 전순영 박사는 “중국 등 제3국 출생이 많아지고 한국 출생(북한 배경)의 비율도 갈수록 높아지는 등 기존의 탈북민 기준으로 규정되지 않는 구성원들이 늘어나며 법ㆍ제도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탈북민 청소년의 범주를 다시 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입국한 제3국 출생 학생은 2015년부터 북한 출생 학생보다 많아졌으며 2022년 4월 기준 제3국 출생 학생은 1,429명(69.2%)으로 북한 출생 학생(635명, 30.8%)의 두 배가 넘습니다.
또 탈북민 입국 인원이 2017년 2,538명에서 2022년 67명으로 급감한 추세를 감안하면 한국 출생(북한 배경) 학생의 상대적인 비율은 계속해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통일부는 중국 등 제3국 출생 자녀를 ‘제3국 출생 북한이탈주민 자녀’로, 탈북민이 한국에서 낳은 자녀는 ‘남한 출생 북한이탈주민자녀’로 지칭하고 있는데 제3국 출생 자녀는 다문화가족지원법의 대상이 되며 한국 출생 자녀는 출생과 동시에 국적을 취득한 한국인으로 복지지원법의 대상이 됩니다.
제3국 출생 자녀는 대학 입학 시 첫 학기 등록금을 받는 등 일정 부분 수혜가 있지만 국공립대 등록금이 면제되고 사립대에 입학했을 때 50% 보조를 받는 탈북민 청소년에 비하면 적은 수준입니다.
대학교가 일정 인원을 추가적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는 ‘정원 외 특례입학’은 탈북민 청소년만 적용 대상이며 제3국 출생 청소년은 ‘정원 외’가 아닌 ‘정원 내 특례입학’ 대상자로 분류됩니다.
전 박사는 “제3국 출생 자녀를 (탈북민 청소년 지원대상으로) 포괄할 수 있도록 법률체제를 정비하고 한국 출생 (북한 배경) 자녀까지 지원범위를 확대할 것인지도 적극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전 박사는 “적어도 학교 교육에 관한 한 탈북민 학생의 범주는 부모 중 1명 이상이 탈북민인 경우로 정리하고 출생지에 따라 지원대상 여부를 판단하는 기존 방식은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순영 숭실평화통일연구원 박사:계속적으로 제3국 출생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서 (이들은) 탈북민 청소년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남한 출생 자녀들은 부모님이 북한 분이기 때문에 북한 배경에서 오는 특수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아무런 혜택도 없다는 그런 부분들이 좀 논의되는 것이 이제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전 박사는 “탈북민 청소년 지원과 관련해 전체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체계가 없으며 각 기관과 지원단체 간 역할 분담, 조정이 미흡한 수준”이라며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통일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부처 간 탈북민 관련 통합된 통계가 없는 점을 꼽았습니다.
“탈북민 관련 통계가 주요 부처 간 통합되지 않아 비효율적이고 부정확한 추산이 지속되고 있다”며 “모든 부처들이 활용할 수 있는 통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토론자로 나선 신효숙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는 유관 부처 간 통합된 통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탈북민 청소년 범주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신 교수는 “원론적으로는 교육에 관해 탈북민 학생의 범주를 부모 중 1명 이상이 탈북민인 경우로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 박사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신 교수는 “제3국 출생 청소년을 탈북민 청소년 범주에 넣을 경우 임대주택, 정원 외 특례입학, 학비지원, 미래행복통장 등 동일한 지원과 혜택이 이루어지게 될 텐데 이에 대해 일반 국민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신효숙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제3국 출생을 탈북민과 똑같이 이렇게 특례 입학을 할 것인가에 관련해서 우리 일반 국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이밖에 또 다른 발제자인 김영미 숭실평화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탈북민 청소년에 대한 학술연구 동향분석을 진행한 결과 “탈북민 청소년 논문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제는 ‘정부 역할과 지원제도’가 25%로 가장 많았다”며 “학자들의 관심이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문연구원은 향후 연구과제에 대해서는 “제3국 출생 청소년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며 “제3국 출생 청소년 교육 지원정책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연구들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