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변, ‘북 주민 추방 조치’ 인권위에 조사 요청…북 인권단체들도 일제히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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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정부의 북한 주민 추방 조치를 비판하는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의 규탄 성명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차원의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가 지난 7일 동해상에서 나포된 북한 주민 두 명을 북한으로 추방한 것과 관련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즉 한변이 11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한변은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추방된 북한 주민의 북송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김태훈 한변 대표 : 이것은 중대한 귀순한 북한 주민들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 형사법적으로 처벌받아야 할 살인방조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고 11일 인권이 침해된 이 사태에 대해 인권을 다루는 대한민국의 인권전담부서인 국가인권위원회에 와서 진정서를 접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한변은 이 자리에서 인권위를 향해 북한 주민 추방에 의한 생명권 침해 등 인권침해 여부를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추방된 북한 주민들이 오징어잡이 배에 함께 타고 있던 동료 선원들을 살해했는지 여부를 명확히 따지기도 전에 강제로 북송한 것은 명백한 한국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추방된 북한 주민들이 현실적인 한국의 관할 범위 안에 들어온 이상 한국 국민이라며 한국 헌법에 따라 행복추구권과 일반행동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와 재판을 청구할 권리 등이 보장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가 추방된 북한 주민들의 살인 혐의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를 보였어야 했고 적어도 한국 내 법원에서 재판을 통해 이를 밝혔어야 했다며 추방 과정에서 한국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도 위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변은 한국이 지난 1995년 가입한 유엔의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하거나 비인도적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 즉 고문방지협약이 극악한 인권침해 사례가 존재해 고문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의 추방과 송환, 인도를 금지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이 협약을 어겼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한국 정부 당국자들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다고 밝히고 이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했습니다.

한변은 빠른 시일 안에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위해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유엔 인권이사회에 긴급호소문을 제출할 방침입니다.

이번 북한 주민 추방 사건과 관련한 한국 내 북한 인권단체들의 규탄 성명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과 북한인권시민연합 등 한국 내 18개 북한 인권단체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의 북한 주민 추방이 “문명국의 기본 양식과 보편적 인권 기준을 저버린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추방된 북한 주민들이 일단 한국 영토에 도착한 이상 이미 한국 헌법에 따른 권리가 부여된 상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적법한 절차의 틀 안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형사책임 문제를 규명할 기회를 줬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어 유엔 고문방지협약 제3조가 고문 위험 국가로의 추방과 송환, 인도를 금지하고 있다며 남북한 사이에는 범죄 혐의자 인도에 관한 협정과 합법적 근거, 절차가 없기 때문에 북한으로의 강제송환은 불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북한 당국을 향해 송환된 주민 두 사람에게 고문이나 비인간적인 처우, 사형 등 극단적인 처벌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습니다.

한국 국회 차원의 철저한 진상조사도 촉구했습니다.

지난 7일 한국 정부는 지난달 말 동해에서 나포된 북한 주민 두 명이 오징어잡이 배에 함께 타고 있던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다고 판단하고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한국에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국 정부는 조사 끝에 이들이 범죄자가 맞다고 판단하고 한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6일 만에 북한으로 추방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