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의 납북자, 국군포로, 억류자 가족들이 정 박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를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 박 부차관보는 지난해 한미일 정상이 납북자, 억류자 문제 해결을 공론화한 내용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을 방문 중인 정 박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 겸 대북특별부대표가 7일 납북자 및 억류자, 국군포로 등과 관련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날 박 부차관보를 만난 납북자 및 억류자, 국군포로 가족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박 부차관보는 지난해 11월 캄보디아(캄보쟈) 프놈펜에서 한미일 정상이 납북자와 억류자 문제 등을 공론화한 것을 언급하며 미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이란 의지를 밝혔습니다.
당시 한미일 3국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납치자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위한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하고 기시다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민이 즉각 석방되어야 한다는 데 지지를 표명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날 박 부차관보와 납북자 및 억류자, 국군포로 가족들과의 만남은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이뤄졌습니다. 박 부차관보는 참석자들에게 이번 자리가 1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가질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박 부차관보는 이 자리에서 “북한인권 침해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피해자 가족들의 목소리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며 “미국은 인권을 우선순위에 두고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한국 등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신화 한국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도 이 자리에 참석해 한국 정부가 그동안 방기한 북한 인권과 인도적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사는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국내외에 환기해 나가는 한편 억류자,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국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번 만남이 출발점이 돼 그동안 관심 받지 못했던 북한 인권의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서도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지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정 박 부차관보와 이신화 대사를 만난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회 이사장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미국 정부가 정전 70주년을 맞아 대북정책의 우선순위로 인권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요청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회 이사장:전쟁납북자 문제가 범죄였기 때문에, 승패가 없는 정전회담에서 미해결로 남겨질 수밖에 없었던 전쟁납북자 범죄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 달라고, 힘써 달라고,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지난 2013년 10월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 선교사의 형인 김정삼 씨도 이날 정 박 부차관보를 만나 동생의 생사확인을 요청했습니다. 김 씨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도 전달했습니다. 이 서한에는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선교사들을 송환시킨 것처럼 한국인 억류자들의 송환을 위해 힘써 달라는 요청이 담겼습니다.
김정삼 씨 : (미국) 선교사님들은 석방이 됐는데 그런 미국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고 존경스럽다는 부분을 말씀드렸습니다. 또 그런 힘을 내 동생의 생과 사를 확인하고 또 석방과 송환이 이뤄지는데 있어서 보태 달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날 손명화 6.25국군포로가족회 대표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박 부차관보에게 전했습니다. 손 대표는 서한을 통해 미국이 북한에 있는 한국군 포로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들이 겪은 인권 유린에 대한 진상 조사 및 유해 송환을 위해 힘써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한 손 대표는 이 자리에서 한미 정부에 정책 제안서도 전달했습니다. 손 대표는 양 정부가 오는 3월에 채택되는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안에 국군포로의 인권침해 내용이 명시되도록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한국 정부에는 미국의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과 같은 전담기구를 설치할 것과 국군포로 진상규명위 설치를 통한 진상조사 등도 촉구했습니다.
한편 이날 정 박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 겸 대북특별부대표와의 만남에는 김정욱 선교사의 형인 김정삼 씨,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회 이사장, 최성룡 전후납북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 손명화 6.25국군포로가족회 대표, 황인철 1969년KAL기납북피해자가족회 대표 등이 참석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