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한인이산가족 고령화…상봉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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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 가족을 두고 있는 재미 한인 이산가족들의 수가 고령화로 급격히 줄어들면서 이산가족 상봉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민간단체 전미북한위원회(NCNK)가 28일 개최한 화상회의에 참석한 재미이산가족 상봉추진위원회의 이차희 사무총장은 현재 건강하게 살아있는 재미 이산가족들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며, 이산가족들이 만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우려했습니다.

2000년대 초부터 재미 이산가족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이 사무총장은 2017년 생존자 수가 105명에서2018년 97명으로 1년 만에 18명이 줄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이 중 대다수인 85%는 80~90대의 고령입니다.

지난해 재미 이산가족 중 한명인 친오빠를 떠나 보냈다는 이 사무총장은 자신 역시 80대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 속히 재미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차희 사무총장: 전 이제 79세이고, 암 투병 중입니다. 우리는 이제 삶의 끝자락에 서있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차희 사무총장은 미국의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로버트 킹 전 북한인권특사, 조셉 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과 재미 한인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미북 간 연락사무소와 같은 공식통로 개설에 힘썼지만 결국 무산됐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미북 간 공식 경로 없이는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기 어렵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재미이산가족 상봉추진위원회 이규민 회장 역시 북한에 가족을 둔 자신의 할아버지가 최근 타계했다며 조속한 재미 이산가족 상봉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국제 적십자사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할 수 있는 한국 내 이산가족들과 달리 미국 국적인 재미 이산가족들에게는 정부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 추진이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규민 회장은 그나마도 남북관계 개선의 기대감이 커지던 2000년대 초 김대중 전 행정부 당시 중국에 있는 조선족 중개인을 통해 북한에 있는 이산가족들과 만날 기회를 갖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엄청난 비용을 선금으로 지불해야 하고, 불확실한 정보로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나오기도 하는 등 개인을 통한 상봉은 문제점이 많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회장은 미북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미국과 한국 정부 등이 재미 이산가족 상봉 추진을 지지하고 나섰지만 북한 정권의 무응답으로 성사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규민 회장: 국제 적십자사, 미 국무부, 한국 정부는 재미 한인이산가족 상봉을 지지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의 의지 부족과 미북 대화 단절로 이 사안은 현재 정체된 상황입니다.

이 회장은 당장 정부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 추진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개별적으로 뉴욕에 있는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를 통한 북측 가족 연락 가능성도 타진해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지난해 그레이스 맹 연방 하원의원이 미국 정부 차원에서 재미 이산가족 문제를 다루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이후 올해 2월 메이지 히로노 상원의원 역시 비슷한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상정해 의회에 계류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