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한인 이산가족 “기약없는 만남…미북관계 개선에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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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이달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 면회소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마지막 기회라 여겼던 재미 한인 실향민들은 언제가 될지 모를 다음 상봉 기회를 기다리게 됐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한은 이달 초 8.15 광복절을 계기로 열릴 예정인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여할 상봉 대상자 100명을 최종 확정했습니다.

이번에도 재미 한인 이산가족은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주관하는 이산가족 상봉자 추첨은 한국 거주자를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 국적인 미국 영주권자 역시 1차 추첨에서부터 탈락된다는게 미주 지역 북한 실향민들의 말입니다.

매번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있을 때마다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던 재미 한인 이산가족들도 이제는 대부분 세상을 떠나거나 연로해져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기대를 접는 분위기라고 재미 남가주 이북 5도민회의 김병조 사무총장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김병조 사무총장 : 이제 고향방문,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하고 싶으셔도 연로하셔서, 해도 안된다는 인식을 가지셔서 그런지 별로 신청하려고 하시지 않는 것 같아요.

2000년부터 재미 이산가족 문제를 미국 정부에 알리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온 재미 이산가족 상봉 추진위원회 이차희 사무총장 역시 이번 상봉행사에 재미 한인 신청자가 없기도 했지만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한국까지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이제까지 추진위에 북한의 가족과 상봉을 원한다고 등록한 재미 이산가족은 70여명으로, 이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70대 중반 이상입니다.

이차희 사무총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추진위가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 정부 고위 관리에게 북한 억류 미국인 석방, 미군 유해 송환, 재미 이산가족상봉 등 3가지 안건에 대해 논의할 것을 요청했으나 이산가족 문제는 결국 한국 정부 소관으로 넘겨졌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미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실제로 비핵화 조치를 취하고 미북 관계가 개선된다면 미국 정부 주도로 재미 한인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이차희 사무총장 : (재미 이산가족 상봉 무산에) 퍽 실망 했지만 문이 완전히 닫히지는 않았어요.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협상이 계속되는 한 저희들은 희망이 있습니다.

이 사무총장은 재미 한인 2세들로 구성된 재미이산가족연합(DFUSA)이 재미 한인들의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미국 정계 주요 정책 결정자들과 지속적으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미국 시민권자를 대상으로 이산가족 찾기 및 상봉을 추진해온 북가주 이북5도 연합회는 여러가지 상황으로 북한 내 가족 상봉이 어려운 만큼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를 통해 가족들의 생사만이라도 확인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 단체는 지난해부터 북한 대표부 산하 해외동포원호위원회와 협력해 재미 이산가족들의 가족 찾기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북가주 이북5도 연합회의 백행기 회장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미 4명의 재미 이산가족이 연합회를 통해 북한에 있는 가족의 생사 여부와 이름, 나이, 주소 등의 정보를 얻었다고 소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