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 이산가족들 “미북대화 중단 속 상봉희망 희미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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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이산가족 고향방문을 겸하는 대북 개별관광 추진을 언급한 가운데 재미 한인 이산가족들은 경색된 남북, 미북관계로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희망이 줄어들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14일 북한 지역 개별관광을 교착된 남북관계를 풀 '창의적 해법'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으로 실향민과 이산가족의 고향 방문을 제시했습니다.

미주한인 이산가족들은 그러나 한국에서 추진하는 이산가족 상봉에 재미 한인이 포함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올 들어 남북, 미북대화가 단절된 분위기 속에서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이산가족들의 고령화로 실제 고향 방문이나 가족들과의 만남이 가능한 생존자 역시 매년 감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재미이산가족 상봉추진위원회의 이차희 사무총장은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4월 기준 개별적으로 파악한 미국 내 이산가족 생존자 수는 97명이었으며, 이후 최근까지 자신의 지인 중에서만 3명이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습니다.

이 사무총장은 재미 이산가족 현황 파악을 위해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할 때마다 이산가족 상봉 계획이 없다는 실망감에 오히려 심려를 끼치고 있어 최신 통계를 자주 갱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 주민들의 기대 수명이 한국인이나 재미 한인들보다 짧다는 점을 들며, 어떤 형태로든 이산가족 상봉이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차희 사무총장: 재미 한인보다 북한 주민들의 수명이 훨씬 짧습니다. 제 통계에 재미 이산가족의 85%가 80~90대입니다. 한국 이산가족들이나마 북한 이산가족들을 빨리 만날 수 있다면 너무 좋겠고요. 하지만 저희들은 거기에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이 단체의 이규민 회장은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미북대화가 단절되면서 약 1년 전을 마지막으로 재미 이산가족 상봉 추진에 대한 미국 국무부와의 논의도 잠정 중단됐다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 회장은 미주 이산가족 생존자들의 명단을 확보해두고, 고령이 된 이산가족들의 건강을 우려해 미국 정부 측과 화상상봉을 추진해 오고 있었습니다.

이 회장은 단기간 내 재미한인 이산가족들의 상봉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근 미국 내 북한 관련 연구기관, 비영리 단체들과 생존해 있는 재미한인 이산가족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규민 회장: 어떻게 하면 재미 이산가족들의 이야기를 녹음하고 담을 수 있을지 모색하고 있어요. 민간단체인 전미북한위원회(NCNK), 윌슨센터와 같은 단체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어요.

이 회장은 생존한 이산가족들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고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는 과정을 통해 평생 소원인 가족들과의 만남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지난 3월 그레이스 맹 하원의원이 발의한 미북 이산가족 상봉법안(H.R.1771)은 3월 말 연방하원을 통과한 이후 계류 중이고, 같은 내용으로 3월 메이지 히로노 상원의원이 발의한 한국전쟁 이산가족 상봉 법안(S. 3395)은 상원 외교위에서 아직 표결에 부쳐지지 않은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