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은 한국 권영세 통일부 장관의 이산가족 당국회담 제안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추석 연휴가 끝난 13일에도 한국 정부의 이산가족 당국회담 제안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남북연락사무소 업무개시 통화를 정상적으로 진행했지만 북한 측으로부터 이산가족 당국회담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남북연락사무소 통화는 추석 연휴가 끝난 이후 이루어진 첫 번째 통화입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8일 추석 연휴 직전 이뤄진 통화에서도 이산가족 당국회담 제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통일부 관계자는 “정부가 공개적으로 제안을 했기 때문에 북한 측도 우리의 입장을 알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북한의 호응을 촉구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8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조속히 개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권 장관은 또 정례적인 형식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되기를 기대했습니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 (8일): 남과 북의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빠른 시일 내에 직접 만나서 이산가족 문제를 비롯한 인도적 사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일회성보다는 지속적으로, 그러니까 정례적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는 의미입니다.
통일부는 권 장관의 제안 이후 대북 통지문 발송을 시도해 왔습니다.
통지문은 권 장관 명의로 되어있고 수신인은 리선권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장입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통지문에는 “회담 일자, 장소, 의제, 형식 등도 북한 측의 희망을 적극 고려할 것”이라는 내용 등이 담겨있습니다.
통일부는 북한의 답변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이 호응해올지는 미지수입니다.
북한은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 정책 법령 채택을 통해 5가지 핵무기 사용 조건을 명시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은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 협력과 압박의 병행’ 보고서에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서 더 이상 북한의 선의에만 기댈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한반도전략연구실의 안제노ㆍ우수석 박사는 “이산가족 상봉을 인도적 문제로 여기던 인식에서 벗어나 북한 인권 문제의 한 부분으로도 인식해야 한다”며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안제노ㆍ우수석 박사는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북한의 책임론을 부각시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고 “국제사회에 ‘정상체제’로 보이기 위해서 늘 최하위권에 머무는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인식을 북한이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UN 북한인권보고서 등에 이산가족 문제를 추가하도록 노력할 것”과 “중장기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의 개념을 탈북민들에게 확대할 것”, “이산가족 문제를 국제적으로 알리는 공공외교를 전개할 것” 등을 제시했습니다.
한편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이산가족 생존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현재 한국 측 생존자는 모두 4만 3,746명입니다.
이는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전체 인원 중 32.7%에 그치는 수준이며 67.3%인 8만 9,908명은 고인이 되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이산가족 신청자 가운데 2,504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생존한 신청자의 연령을 살펴보면 90세 이상이 약 1만 3천 명, 80대가 1만 6천여 명, 70대 8천여 명 등으로 대부분 고령입니다.
하지만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 정세가 급랭하며 지난 2018년 8월을 마지막으로 4년 넘게 재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2018년 9.19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상설면회소 개소, 화상 상봉, 영상 편지 교환 역시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