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상봉 행사 이틀째를 맞아 개별상봉과 단체상봉 등을 이어갔습니다.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탈북자들은 상봉 행사를 보면서 혈육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 보도합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봉 이틀째인 21일에는 전날보다 더 특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남측 상봉단 숙소인 외금강호텔 객실 안에서 비공개로 가족별 개별상봉이 이뤄졌는데 북측이 준비한 도시락을 함께 먹으며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영부 (76)씨/남측 상봉자: 개별로 만나는 게 자유가 있고 서로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으니까 개별 만나는 게 몇 배 낫지요.
이산가족 상봉 때마다 개별상봉 시간은 있었지만 이처럼 가족끼리만 식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 측은 도시락으로 삼색찰떡, 오이소박이, 닭고기편구이, 삼색나물 등 다양한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남북의 가족들은 개별상봉 때 가져온 선물도 교환했습니다.
북한 가족들은 개성고려인삼이나 백두산 들쭉술, 평양술 등과 같은 북한 특산품을, 한국 가족들은 초코파이 등 과자류를 비롯해 의류와 신발, 화장품, 의약품 등을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김혜자 (75)씨/남측 상봉자: (남동생) 안 보내고 싶어. 같이 우리 집으로 데려가고 싶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지켜본 탈북자들은 혈육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찾아 한국에 왔지만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은 이산가족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탈북자들의 설명입니다.
2010년에 탈북한 최성국 씨는 남북의 이산가족이 서로 안고 우는 장면을 보면서 북에 있는 가족을 떠올렸다며 가슴 아파했습니다.
최성국 탈북자 : 저는 어제 부산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봤는데요. 그 모습 보면서 울컥했습니다. 그런 장면을 보면 남들보다 더 마음이 아프죠.
탈북자 박소연 씨도 북한에 있을 때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공감하지 못했는데 막상 한국에 와서 가족과 떨어져 살다 보니 이산가족들의 마음을 이해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박소연 탈북자 : 이산가족들의 그리움이 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북한에 있을 때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기록영화를 보면서도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무관심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보니까 그들은 민족의 비극이 만들어낸 피해자였습니다.
상봉 행사 후 후유증을 겪게 될 북한 이산가족들을 걱정하는 탈북자들도 있었습니다.
이나경 탈북자 :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끝나고 나면 남한 가족들에게 도움을 받은 북한 가족들은 향수에 젖어 말실수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이렇게 되면 당국으로부터 고초를 겪게 됩니다. 북한 이산가족들 입장에선 오히려 상봉 행사 참석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북한의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요덕 정치범수용소 출신의 탈북자 김영순 씨는 개성 또는 금강산에서 면회소 등을 이용해 상시 상봉을 할 수 있는데도 북한이 이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영순 탈북자 : 개성 사무소 등에서 매일 이산가족들이 만나게 된다면 이산가족 상봉 행사 자체가 필요가 없는 거죠.
또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는 탈북자들의 가슴 아픈 현실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2002년에 탈북한 김혜선 씨는 북한이 탈북자에 대해서 반역자로 취급하는 상황에서 이산가족 상봉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한국 정부가 탈북자들의 가족 상봉을 위해서도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가족을 살아서 만나지 못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두렵다며 통일만이 가족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