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과 달라진 상봉행사…“북 태도 한결 부드러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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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이번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는 3년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최근 개선된 남북관계를 반영하듯 북한의 태도가 한결 부드러워진 모습들이 포착됐는데요.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지난 2015년 열린 20차 상봉 행사에 비해 한결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과거와는 다소 다른 방식의 상봉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고 북한 측이 몽니를 부리는 상황도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2015년에 열렸던 행사와는 달리 북한의 보장성원 등 지원인력과 한국의 취재, 지원인력 간의 마찰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가운데 눈길을 끌었던 것은 개별상봉 시간이었습니다. 개별상봉은 객실에서 가족끼리 오붓하게 만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은 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데, 이 방식이 조금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번 개별상봉은 이산가족들이 객실에서 담소만 나누는 방식이 아닌 점심 식사까지 함께 하며 속 깊은 대화를 하는 시간으로 꾸려졌습니다.

북한의 봉사인원들은 개별상봉 시간을 위해 남북 이산가족들이 만나고 있는 외금강 호텔의 각 객실에 도시락을 배달했습니다. 이 도시락에는 삼색찰떡, 닭고기편구이, 낙지후추구이, 금강산 송이버섯 볶음, 소고기 볶음밥 등 다양한 음식이 담겨 있었습니다.

한국 측의 가족 197명과 북한 측의 가족 185명은 북한이 제공한 도시락을 함께 먹으며 약 3시간 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국의 이산가족들은 개별상봉 시간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이영부씨 / 남측 상봉자: 서로 간에 아주 좋았어요. 나는 선물 주려고 왔지 받으려고 안 왔는데요. 술 줬는데 너무 고마워요.

북한의 보장성원과 한국의 취재진이 충돌하는 상황도 3년 전 행사 당시에 비해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방북 취재진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서 북한의 보장성원들은 한국의 기자들에게 한결 부드러운 태도를 보였습니다.

앞서 3년 전 행사 당시 북한 보장성원들은 전시납북자 가족 등 일부 이산가족들에게 한국 기자들의 취재가 집중되면 이를 자제시키거나 제지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이같은 북한 보장성원들의 방해 행위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행사 당일 한국의 이산가족들과 취재진, 지원인력의 방북이 상당 시간 동안 지연됐던 3년 전과는 달리 이번 방북 과정은 원활하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과의 협의를 통해 한국의 이산가족 취재진도 25명에서 30명으로 확대됐습니다. 북한 보장성원은 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 측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1차 상봉단의 마지막 날 작별상봉 일정을 변경하자는 한국 정부의 제안도 수용했습니다.

당초 작별상봉 일정은 오전 11시에 시작해 오후 1시에 종료될 예정이었습니다. 이에 한국 정부가 작별상봉 시작 시간을 오전 10시로 앞당겨 행사 시간을 1시간 연장하자고 제안했고 이를 북한이 수용한 겁니다. 이에 따라 24일부터 진행되는 2차 상봉 행사의 작별상봉 시간도 1시간 연장됐습니다.

일부 보장성원들은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과 한국 대통령의 지지율,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반응 등에 대해 궁금증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특히 한 보장성원은 한국 기자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떨어진 이유와 어떻게 하면 지지율이 올라가는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진행하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는 말을 건네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