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지난 26일 작별상봉을 끝으로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상봉 행사에서는 이산가족 고령화의 심각성이 다시 한번 부각되면서 상봉 정례화와 이산가족들의 전면적인 생사확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번 2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1, 2차로 나눠 진행됐습니다. 상봉단은 각각 사흘간 모두 12시간 동안 헤어진 가족들과 상봉했습니다.
당초 2차에 걸쳐 100가족씩 하기로 했던 상봉은 고령자들의 건강 문제로 90가족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상봉행사에 포함된 일부 이산가족은 건강 등을 이유로 상봉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2차 상봉 행사에 참여한 남측 상봉자 최시옥(87)씨는 북측의 여동생 최시연(79)씨를 만났지만 상봉 이틀째인 지난 25일 호흡 곤란으로 상봉을 중단하고 귀환했습니다.
강릉아산병원 관계자 :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에 오셨고 응급실에서 시행한 검사에서 다행히 특별한 소견은 없었습니다.
통일부 산하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이산가족 등록자는 총 13만 2천여 명이며 이 중 7만 5천여 명은 사망했고 5만 7천여 명이 생존해 있습니다.
그리고 생존자 가운데 63%가 80대 이상의 고령입니다.
평북 용천이 고향인 이산가족 장근철(88)씨는 20대의 꿈 많던 청년이 어느덧 90세를 바라보는 노인이 됐다며 지나가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다고 말했습니다.
장근철씨 : 누님이 살아계시면 95살이 될 겁니다. 소식은 못 들었지만 아마 돌아가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가족의 생사를 알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한국의 이산가족은 해마다 3천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남북이 각각 100명씩 1년에 한 번씩 상봉하게 될 경우 500년이 넘게 걸립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참여한 윤흥규(92)씨는 이산가족면회소의 상시 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윤흥규씨 : 이번에 상봉 행사에 못 간 이산가족들은 얼마나 슬프겠어요. 이산가족들의 소원을 풀어달라는 겁니다. 사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필요가 없습니다. 판문점 같은 곳에 면회소를 짓고 매일 200명, 300명씩 수시로 만나게 하면 됩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이산가족모임인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는 10여 년 전부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거부하고 이산가족의 전면적인 생사확인을 요구해왔습니다.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관계자 : 우리 일천만 이산가족들은 극소수 인원으로 한번 만남에 그치는 면회 행사는 강력이 거절합니다. 우리 정부는 인도적이고 인권적인 차원에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신청자 전원을 대상으로 생사확인 작업을 먼저 성사시키기 바랍니다.
한국 정부도 최근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전면적인 생사확인과 고향방문, 상봉 정례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산가족 상봉을 더욱 확대하고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이제 그분들의 기다림이 더이상 길어져서는 안 됩니다. 이산가족 상봉을 더 확대하고 속도를 내는 것은 남과 북이 해야 하는 인도적 사업 중에서도 최우선적인 사업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소극적입니다.
과거 남북은 몇 차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논의했지만 방식과 절차 등에서 견해차를 보이며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다만 북한은 이번 상봉을 계기로 인도주의적 문제를 하나씩 풀어보자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산가족들과 함께 금강산을 방문했던 한국의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9월 중에 평양에 가는 방안을 북한 측과 조율 중이라며 인도주의 협력 사업을 집중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 : 이산가족 상봉을 금년내 한번 더 하기로 (북측과) 그렇게 협의를 했습니다.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작별상봉 때마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기약없는 이별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상봉에 참여한 이산가족들은 가족을 다시는 못 만난다는 상실감으로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상철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 : 순간적인 면회에 그치기 때문에 상봉을 한 가족도 많은 상실감에 오히려 더 빨리 돌아가시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이산가족들이 또 만남의 시간을 갖겠지만 상봉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이들 역시 상봉 후유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