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참가 북 주민, 당에 충성자금 바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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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당국이 지난 8월 금강산에서 열렸던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마친 가족들로부터 충성의 자금 명목으로 남한 가족이 제공한 현금을 거둬갔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자세한 소식 김준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우리 옛말에 벼룩의 간을 내먹는다는 말도 있지만 우리 조국에서는 이보다 더 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면서 “지난 8월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남조선 친척으로부터 받은 돈의 상당부분을 충성의 자금으로 국가에 바쳤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끝나고 나면 당국에서는 모든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며칠간에 걸쳐 남조선 가족들과 접촉하면서 얻은 자본주의 때를 벗겨내는 사상교양사업과 총화사업을 갖게 된다”면서 “총화사업의 첫 순서를 남조선 친인척으로부터 받은 선물 일체를 신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남조선 친척으로부터 받은 현금은 물론 선물을 빠짐없이 신고해야 하는데 사탕 하나라도 누락했다가는 큰 사단이 날 수 있다”면서 “당국의 의도를 잘 알고 있는 상봉 가족들은 현금 액수와 선물의 종류와 수량을 낱낱이 신고한다”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신고절차가 끝나면 상봉가족 중에서 누군가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이번에 당과 조국의 크나큰 은혜로 남쪽에 있는 이산가족을 상봉하게 되었는데 당과 조국에 대한 성의를 표시하자’며 충성의 자금을 바칠 것을 제의 하게 된다”면서 “그렇게 되면 눈치 빠른 나머지 사람들은 ‘옳소’ 하면서 박수로 충성의 자금 헌납에 동의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충성의 자금을 바치자고 맨 처음 제의를 한 사람은 당연히 사전에 당국의 사주를 받은 사람”이라면서 “다른 상봉 가족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감히 당자금 헌납에 반대하고 나설 생각을 하지 못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충성의 자금을 얼마나 낼 것인지가 문제인데 명부를 돌려 본인이 알아서 금액을 적도록 하고 있다”면서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냈는지 눈치를 살피다가 대개의 경우 남조선 친척에게서 받은 금액의 절반 정도를 적어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나머지 절반의 현금은 상봉행사 준비기간 집체교육을 위해서 한 달 동안 제공한 숙식비와 상봉행사를 위해 국가에서 마련해준 옷과 선물 비용으로 지출하게 된다”면서 “또 고향에 돌아가게 되면 상봉행사에 간여한 간부들 인사치레와 동네 이웃들에게 술 한 잔 내는 비용도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봉행사가 끝난 후에는 남쪽 가족이 전해 준 돈은 별로 남는 게 없으며 자칫하면 받은 돈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해 빚을 지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남한 정부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남측 가족이 북측 가족에 줄 수 있는 현금은 미화 1,500달러 이내로 제한하고 있으며 선물의 경우도 귀금속, 전자기기, 가죽이나 모피 제품, 한국 돈으로 10만원 이상의 주류, 고가 화장품, 고가의 시계, 악기, 골동품 등은 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