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유 부족 심각, 일부 간부는 전용차 빌려주고 돈 벌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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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만성적인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서 연유(연료)부족이 심각해 공장 기업소들이 화물차 운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유 살 돈을 얻기 위해 전용 승용차를 돈주에게 빌려주는 간부도 있다고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남도 신포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18일 “지금 많은 공장, 기업소들이 전력과 원자재, 연유부족으로 운영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며 “특히 연유와 타이어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악성 전염병 사태가 시작된 후부터 국가적인 연유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며 “작년 봄 리터당 1만 7000원(2.04달러)까지 올랐던 휘발유가 한동안 1만원 이하로 떨어지더니 다시 오르기 시작해 지금은 1만 5000원(1.8달러)이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무역기관이나 외화벌이 회사가 아닌 일반 공장, 기업소는 휘발유나 디젤유를 사용하는 자동차를 운행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며 “지금까지 그럭저럭 자동차를 운행하던 우리 기업소도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작년 12월 자동차를 목탄차로 개조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연유는 목탄으로 대신한다 해도 부족한 타이어가 문제”라면서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소들이 자동차 운전수가 재간껏 자체로 차를 운영해 타이어나 고장난 부속품 같은 것을 해결하고 있지만 요즘은 중고 타이어를 얻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런데도 위에서는 쩍하면 시내 몇몇 공장, 기업소들이 가지고 있는 자동차를 사회적 운동에 동원시키고 있다”며 “새해에 접어들어 거름 운반과 파고철 운반 등 사회적 동원에 각 기업소의 자동차들이 수차 동원되었지만 연유 한 방울 받은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19일 “청진시에서는 휘발유를 얻기 위해 간부들이 돈주나 장사꾼에게 자기 전용승용차를 빌려주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만 4000원까지 올랐다”며 “공장 기업소들이 가지고 있는 자동차는 물론 간부들도 휘발유 부족으로 승용차 운행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나라에서 준 전용승용차를 타는 시급 기관 간부는 시당위원회 책임비서, 시인민위원장, 시안전부장, 시보위부장, 시농촌경영위원회 위원장 등 손에 꼽을 정도”라며 “하지만 시당위원회 조직비서, 선전비서, 근로단체비서를 비롯한 시의 일부 간부들과 구역당위원회 조직비서, 구역안전부 정치부장 등 많은 당간부들이 자체로 구입한 중국산 중고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나라에서 준 전용차를 타는 간부들에게는 매달 약간의 휘발유가 공급되지만 자체로 구입한 차를 타는 간부들은 그렇지 못하다”며 “휘발유 부족으로 시당위원회의 경우 조직비서, 선전비서, 근로단체비서가 함께 모여서 승용차 한 대로 아침저녁 출퇴근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일부 간부들은 승용차 운행에 필요한 돈이나 휘발유를 해결하기 위해 돈주나 장사꾼들에게 차를 빌려주기도 한다”며 “이렇게 번 돈으로 간부들이 연유도 구입하고 가정에 필요한 생활물자도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간부 전용 승용차 운전수가 국경 지역처럼 일반 사람이 드나들기 어려운 곳에 돈주나 장사꾼을 태워가거나 심부름을 하면서 돈벌이를 하는데 모든 것이 간부의 묵인하에 진행된다는 겁니다. 많은 간부 운전수들이 차를 굴려 번 돈으로 식량, 조미료, 과일 등 해당 간부의 가정생활에 필요한 것을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10년 전에 비해 각 기관들에 자동차와 승용차가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에는 연유 부족과 연유 가격 상승으로 거리에 다니는 승용차나 자동차의 대수가 많이 줄어든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고 증언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