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라디오 방송, 주민들에게 한줄기 생명줄”

0:00 / 0:00

앵커: 미국과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제18회 북한자유주간 행사에 참석한 탈북민들은 외부 세계의 대북 라디오 방송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희망의 등대요, 한줄기 생명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민간 연구기관인 미국기업연구소(AEI)는 26일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대북 외부정보 유입에 대한 화상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북한인권단체인 '징검다리'의 김형수 공동대표는 북한은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가 완전히 무시된 곳으로 북한 주민들은 이런 통제와 사상주입으로 꼼짝달싹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민인 김 대표는 2003년 북한에서 처음으로 라디오를 듣는 친구를 통해 대북방송을 접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한번 듣고는 친구에게 위험하다고 듣지 말라고 했지만 궁금해서 다시 친구 집에 찾아가 이불 속에 숨어서 같이 듣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지금까지 북한에서 들은 것이 다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 후 라디오를 구입해 6년동안 대북방송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김형수 대표: 밤마다 몰래 들었습니다. 들으면서 탈북자들의 삶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들이 미국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한미동맹이 어떤지,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을 만드는 것을 2004년에 처음듣고 미국이 나쁜 나라라고 (북한에서) 들었는데 중국에 있는 탈북민들을 살려주는 나라라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그러다가 라디오를 통해 김정은 총비서가 정권을 잡는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기보다 20살이 적은 김정은이 정권을 잡으면 죽을 때까지 이런 북한에서 살겠구나라는 생각에 죽음을 무릅쓰고 탈북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대북 라디오 방송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희망의 등대라며 이를 통해 북한주민들을 계몽시켜 동유럽 민주화와 같은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이런 정보가 빨리 유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함께 회의에 참석한 탈북민 주일경 씨는 북한에서 9살 때부터 아버지가 구입해온 라디오를 통해 대북방송을 들었다면서 이것은 온 가족이 깨어나는 계기가 되어 대한민국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주일경 씨: 보통 라디오를 여러 나라 사람들은 듣는다고 말하지요. 저희 가족은 다르게 표현합니다. 라디오를 온 몸으로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라디오는 한 줄기 생명줄입니다. 라디오를 듣는게 위험하죠. 하지만 그렇게 정보에 갈급해있는 겁니다.

그는 외부 정보가 북한 주민들을 독재정권의 세뇌로부터 깨어나게 하는 게 확실하다며 자기 가족이 실제로 이를 경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통해 대북전단을 금지시켰고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을 통해 대북 라디오, 송금, 통화까지 불법화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것은 김정은 독재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것으로 북한 주민 인권핍박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이날 함께 회의에 참석한 탈북민 주경배 씨는 라디오를 듣다가 공개처형당하는 북한 주민들의 위험 때문에 대북 외부정보 유입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북한 정권은 이런 약점을 이용해 지난 70년동안 북한 주민들을 탄압하고 죽여왔다는 겁니다.

주경배 씨: 북한 주민들은 죽음보다 자유를 원합니다. 탄압 때문에 들을 것을 안듣는 그런 동물이 아닙니다. 듣고 생각하도록 지어진 존재입니다. 그들은 엄청나게 (자유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