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인민 호날두’ 한광성 8월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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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 A에 진출했던 북한 축구선수 한광성이 지난달 중순 이탈리아를 떠나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뛰어난 축구 실력으로 유럽 리그까지 진출하며 ‘인민 호날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가 수년 전 돌연 모습을 감춘 북한 국가대표 축구선수 한광성.

북한 스포츠 전문가인 이탈리아의 마르코 바고치 씨는 최근 (9월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이탈리아에 있는 한광성의 절친과 최근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가 8월 중순 떠난 것을 확인해 줬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게다가 한광성의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 메신저는 8월 중순 이후 사용할 수 없게 폐쇄됐다”며 이같이 전했습니다.

다만 한광성의 페이스북 계정을 알려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다른 익명의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도 한광성은 지난달 중순 중국 베이징으로 떠난 뒤 북한 주민들과 함께 북한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22일 북중 봉쇄 3년 7개월 여 만에 북한 국영 항공사인 고려항공 여객기가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주민 200여 명을 태우고 돌아갔는데 한광성도 이 때 귀국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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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영 항공사인 고려항공이 지난달 22일 3년 7개월 만에 평양~베이징 노선 운항을 재개한 가운데, 서우두공항 체크인 카운터에서 북한인들이 평양행 노선에 탑승하기 위해 수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국가대표팀을 지도했던 요른 안데르센 감독도 최근 (9월12일) RFA에“지난해를 마지막으로 그가 더 이상 연락을 받지 않는다”라며“최근에는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월 당시 안데르센 감독이 파악했던 한광성의 마지막 거주지는 이탈리아였습니다

한광성은 2017년 칼리아리 유니폼을 입고 이탈리아 축구 1부리그인 세리에A에서 골을 넣으며 주목받았고, 2019년 세계적인 축구 명문 구단인 유벤투스로 옮겼습니다.

하지만, 국제 프로무대에서 활약도 잠시.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한광성은 더 이상 해외무대에서 뛸 수 없게 됐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활동 폭이 좁아진 한광성은 2020년 1월 카타르 프로팀 알두하일로 이적했지만 그해 소속구단으로부터 계약만료를 통지 받고 이탈리아로 돌아갔고, 결국 지난달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집니다.

앞서 지난 7월CNN은 2020년 카타르에서의 활동을 끝으로 한광성의 행방이 묘연하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카타르 도하에서 로마행 비행기를 탄 것까지 확인된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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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유벤투스 구단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광성의 영입 소식을 전하고 “환영한다”며 계약 후 촬영한 사진을 함께 올렸다. /유벤투스 트위터 캡처

이탈리아 로마 주재 북한 대사관은 한광성의 귀국여부를 묻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전자우편 문의에 14일 오후까지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공식 정보 사이트인 마이인포가 1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축구 선수단 명단에 한광성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해외 노동자들이 귀국한 후 감시와 자기비판, 강도 높은 사상 교육을 하는 북한정권의 특성상 당분간 한광성을 국제대회에 내보내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평양 엘리트 출신으로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석사 과정 중인 탈북자 이현승 씨는 RFA에 과거 해외 노동자나 공무원들이 귀국하면, 노동당 각 부서로부터 2~3개월간 정치 사상 학습을 받았다고 폭로했습니다.

[이현승] 국경이 열려서 해외 공무원들, 노동자들이 (북한에) 들어가면 이 사람들은 최소 3개월 이상의 강도 높은 조직지도부, 선전선동부, 국가보위부, 당 세포 여러 단위들의 강습을 받고 사상 단련을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빼어난 기술로 세계 프로축구 무대에서 주목받았지만 갑자기 사라진 ‘북한의 축구영웅’한광성. 당분간 그의 행방을 둘러싼 축구팬들의 궁금증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