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 이성민 씨는 미국의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재단'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정보유입에 쓰이는 이동식 저장장치가 대포나 폭탄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뉴욕 소재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재단(Human Rights Foundation)’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 이성민 씨를 대북 정보유입 프로그램인 ‘자유를 위한 플래시드라이브(Flash Drives for Freedom)’ 담당으로 영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성민 씨는 휴먼라이츠재단이 지난 14일 공개한 인터뷰에서 대북 정보유입에 쓰이는 이동식저장장치(thumb drive)는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수천명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대포나 폭탄보다 더 강력한 자유를 위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있을 당시 본인도 한국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비밀리에 보면서 한국에 대한 북한 당국의 선전이 왜곡됐음을 알 수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성민 씨는 북한 주민을 당국의 통제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자신들의 미래를 직접 설계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북한 내 제한 없는 정보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내부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외부 세계, 특히 세계가 북한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창의적인 자료, 그리고 북한 주민의 실생활과 관련된 실용적인 정보를 담은 이동식저장장치가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이 유입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더해 북한에 유입시키는 정보를 각 대상(target audience) 또는 집단에 특화시켜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경제 엘리트들은 세계 경제와 금융 시장 등에 대한 정보에 관심을 더 갖고 학자들은 학술지, 비교연구, 역사자료 등에 더 흥미를 보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 내 젊은 세대의 경우 영어나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교육용 자료 또는 비디오 게임과 같은 오락 프로그램을 더 좋아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한인권 증진에 왜 열심인지 묻는 질문에 이성민 씨는 한 때 북한에서 살았지만 현재 자유라는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이 북한인권 증진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다른 어떤 사람이 관심을 갖겠냐고 되물었습니다.
또 북한 주민들은 기본적 인권을 너무 오랫동안 박탈당해왔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해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양강도 혜산에서 자란 이성민 씨는 지난 2009년 23세의 나이로 탈북해 2010년 한국에 왔습니다. 지난 2021년에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휴먼라이츠재단과 협력해 대북 정보유입 활동을 해온 정광일 노체인 대표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청년층, 이른바 장마당 세대가 보기에 재미가 있는 동시에 이들이 북한에서 접하지 못하는 정보를 담은 컨텐츠를 유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광일 노체인 대표 : 북한에서는 어릴 적부터 세뇌 교육을 받다 보니까 한국에서는 장마당 세대라고 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것이라든가, 재미 위주로 하면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점이라든가 (등에 대한 컨텐츠가 필요합니다.)
앞서 휴먼라이츠재단은 지난 3월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지난 2016년부터 2021년 12월까지 북한에 총 약 11만개의 이동식저장장치를 보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