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한국 정부가 유엔 고문방지협약 가입국으로서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을 앞으로 또 다시 북한으로 송환해서는 결코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13일 발표한 성명에서 한국 정부가 귀순 의사를 표명한 북한 선원 두 명을 고문 위험 국가인 북한으로 추방한 것은 유엔 고문방지협약 제3조 위반임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성명은 이어 한국 당국이 북한 선원들의 혐의를 철저히 조사한 후 송환과 관련해 반박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이들에게 보장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South Korean authorities should have thoroughly investigated the allegations against the two men and ensured they had a full opportunity to contest their being returned to North Korea.)
이 단체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담당 부국장은 이들의 송환 후 수 일이 지나 성명을 발표하게 된 계기를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에, 한국 정부가 송환 결정을 내리게 된 과정을 투명하고 명확하게 밝혀줄 것이라는 기대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We were hoping for ROK government clarification on their investigation, which we hoped would further clarify the process by which they determined to send these two men back into harm's way. Finally when it became clear the Moon government was not going to be transparent or accountable in providing further details, we decided to release this statement.)
로버트슨 부국장은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국제법을 위반하고 북한 어부들을 송환한 관리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앞서 북한인권단체총연합회 회원들도 지난 12일 ‘탈북민강제추방 저지 전국 탈북민 강력규탄집회’를 열고, 이번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촉구했습니다.
또한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도 이날 이 사건과 관련해 해당 정부와 접촉하고 추후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국의 인권단체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지난 11일에도 한국의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을 비롯한 한국, 미국, 영국 등 20개 인권단체들은 유엔고문방지협약은 물론 한국법을 위반하고 북한 선원을 성급하게 ‘추방’한 한국 정부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성명에서 북한이 강제송환된 이들의 현 상황과 향후 계획을 공개할 것과 한국 국회가 진상조사에 나설 것 등을 요구했습니다.
한국 당국은 지난 7일 동해에서 나포된 북한 선원 두 명이 선장의 지속적인 가혹행위에 불만을 품고 선장을 포함해 16명의 동료 선원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흉악범으로, 이들이 한국에서 돌아다니면 큰 위험이 되기 때문에 송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한국으로의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을 북한으로 추방한 한국 정부의 조치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한국과 미국 등의 법조인과 인권단체 관계자, 탈북자들로부터 잇달아 나왔습니다.
2000년대 중반 가족과 함께 목선을 타고 탈북한 박명호 전 북한 공군 장교는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자신도 탈북 당시 북한이 범법자라며 송환을 요구할 가능성을 가장 우려했었다고 말했습니다.
박명호 전 북한군 장교 : 북한에서는 남쪽으로 간 사람들에 대해서 회의 때마다 살인을 했다, 강간을 했다, 이런 (허위) 소문을 내거든요. 탈북자들은 그걸 염두에 안 두는 사람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그 점을 가장 많이 우려했지요. 그래서 넘어 오면서 배 넘버(번호)도 지웠고,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민간인들에게 노출했고, 그러니까 민간인들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가지고 인터넷에 올려 버렸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이제는 정부에서 몰래 북송시키지 못할 것이다… 이 점을 노렸지요.
그는 그러면서 오징어잡이는 주로 밤에 불을 환하게 켜고 이뤄지기 때문에 15미터 길이의 작은 배에서 밤에 따로 불러내 16명씩이나 몰래 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은 13일 발표한 ‘살인 혐의 북한주민 추방사건 법적 쟁점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을 적용해 북한 선원들을 추방한 것은 법 적용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규정은 범죄행위자를 북한이탈주민 ‘보호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것이지 ‘추방 여부’와 관련된 내용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 국민 다수의 안전을 심대하게 침해할 수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