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W 사무총장 “북한, 경제발전 원하면 인권문제부터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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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가 북한의 경제 개선과 남북 경제협력 등을 위해 인권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를 비핵화 방안의 일환으로 거론할 필요성도 제기했습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HRW) 사무총장이 북한의 경제를 개선시키기 위한 선결 과제로 북한 인권 문제를 꼽았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해외 유명 기업들이 인권 침해가 일어나는 현장에서 사업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로스 사무총장은 1일 HRW의 북한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 실상을 다룬 보고서 발표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며 “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할 만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인권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로스 사무총장은 “근로자들에 대한 노동착취, 기업 내 여성에 대한 성폭력 등이 만연한 곳에서 사업하려는 유명 기업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남북 간 경제협력을 위해서라도 북한 인권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비핵화 문제는 인권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 (HRW) 사무총장: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보건, 주거 문제 등에 대해 쓰여야 할 자금들이 핵무기 개발로 빠져나갔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자금난이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 인권을 따로 떨어뜨려서 생각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에 따라 로스 사무총장은 북한 인권 문제를 비핵화 노력의 일환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북, 미북 간의 비핵화 협상 등으로 열린 대화 국면을 활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로스 사무총장은 “현재와 같이 좋은 상황에서 비핵화 논의를 통해 북한 인권 문제를 복합적이고 다각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남북대화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 제기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로스 사무총장은 “한국이 북한에 인권 문제를 거론해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화가 즉각 중단될 가능성은 낮다”며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 거론하지 않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 (HRW) 사무총장: (한국 정부가 인권문제를 거론하기 꺼려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에서 비핵화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HRW는 비핵화와 인권문제, 두 가지를 동시에 협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고서 발표회를 계기로 방한한 로스 사무총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이 무산된 점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로스 사무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보고서를 계기로 인권과 비핵화를 함께 추구하는 것을 고민해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HRW가 공개한 북한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 실상을 담은 보고서, ‘이유 없이 밤에 눈물이 나요’의 발표회에서는 북한 여성들이 겪고 있는 인권유린 상황에 대한 고발도 이어졌습니다.

한국에서 북한 인권 단체, 뉴코리아여성연합의 대표를 맡고 있는 탈북자 이소연 씨는 이 자리에서 북한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오히려 처벌을 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소연 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 : 어느 날 재판관이라는 사람들이 파견돼 30여 명의 여군들을 조사했고 이 가운데 3명은 불명예 전역 처벌을 받았습니다. 유부남이었던 중대장과 군 내 간부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 대표는 배급제가 사실상 붕괴된 북한 사회에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여성들이 장마당에서 심각한 성폭력과 인권유린을 겪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장마당을 관리하고 있는 북한 정부 관계자들이 여성들에게 안정적인 장사를 조건으로 성적인 요구를 한다는 겁니다.

이 대표는 “보안원들이 장마당을 순회할 때 젊은 여성들에게 다가가 성추행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이들은 장마당에 나온 여성들을 은밀한 장소로 불러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장마당을 통제하는 북한 관리들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 로스 사무총장은 “북한의 사회적 문제는 뇌물이 성행하고 있다는 점과 관리자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뇌물의 한 형태로 여성들에 대한 성적 착취가 이뤄진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HRW) 사무총장은 오는 3일까지 한국에 머물 예정입니다. 로스 사무총장은 서울에 도착한 이후 한국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회동했으며 2일에는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해 북한 인권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