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지난 8일 인민군 창건일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한 가운데, 국제인권단체들은 북한 당국이 강추위 속에서 수많은 군인과 주민들을 동원해 열병식을 개최할 것이 아니라 이들의 식량난부터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저녁 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개최한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이날 동원된 인원은 군인을 포함한 북한 주민 약 3만 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상업용 위성으로 관측된 사진들을 보면, 북한 정권은 이번 열병식을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주민들과 군인들을 동원해 훈련한 것으로 보입니다.
군인들, 또 주민들은 식량난을 겪고 있지만, 북한 정권은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핵·미사일 개발에만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달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 등이 내놓은 북한의 식량 가격과 식량 재고량 관련 각종 자료들을 비교ㆍ분석한 결과 지난해 8월 북한의 식량 가용성이 최소 수준으로 추락해 1990년대 대기근 이후 최악이라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열병식 당시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코로나 봉쇄 등으로 물자보급이 열악한 상황에서 쓰러지는 군인들도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고, 그 전해엔 추운 날씨 속에서 밤 늦게까지 개최된 열병식이 강제로 동원된 주민들이 저체온증에 걸린 경우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대규모 열병식과 관련해, 국제엠네스티(AI)는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자우편을 보내“북한이 과시적인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지만, 북한 주민의 40% 이상이 광범위한 식량 불안 속에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며“북한에서의 인권 유린 행위의 규모와 심각성은 국제 사회의 관심을 요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As the capital Pyongyang prepares for an ostentatious military parade, more than 40% of North Koreans suffer from malnutrition amid widespread food insecurity...The scale and gravity of violations in North Korea demand attention from the international community.)
이어 “북한 정부는 그들의 학대를 감추기 위해 정보와 통신을 막는 등 극단적인 방법을 쓰고 있다”라며“북한 정부는 유엔과 협력해야 하며 독립적인 인권 감시단의 입국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기독교연대(CSW)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김정은이 주민들의 안위보다 통제를 선호하고 세계를 위협하는 것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며“열병식은 김정은이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보단 군사비 지출을 선택한 또 다른 예”라고 강조했습니다. (Wednesday’s military parade is yet another example of Kim choosing military spending over investments to tackle North Korea’s mounting food crisis.)
그러면서 “지난해 한 연구기관은 2022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총 비용이 5억 6천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며“북한의 예상 식량 부족액은 4억 1천 7백만 달러로 김정은이 주민들을 먹여살리고 싶다면 그렇게 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Last year a think tank estimated the total cost of North Korea’s 2022 missile launches to be in excess of $560 million. The estimated food shortfall in the country was $417 million. If Kim Jong-Un wanted to feed his people he could.)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재단(HRF)도“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열병식은 북한 독재정권의 잔혹성을 확인시켜준다”며“인구의 40% 이상이 만성 영양실조로 고통 받고 있는 나라에서, 영하의 기온 속에서 장시간 많은 군중들이 군사 퍼레이드에 참석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혐오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The large military parade held at Kim Il-Sung Square in Pyongyang on Wednesday night further confirms the cruel nature of the North Korean dictatorship. In a country where over 40 percent of its population suffers from chronic malnutrition, forcing a large crowd to attend an hours-long missile demonstration parade in nearly freezing temperatures is abhorrent.)
이어 “북한 정권은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쓰고 그런 쇼를 개최하는 대신 주민들의 기본적인 필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 워싱턴DC 북한인권위원회(HRNK)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열병식은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안위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걸 잘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 30년 동안 북한은 주민들의 인권을 희생하면서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해왔습니다. 쓸모없는 열병식을 위해 계속 북한 주민들의 인권, 식량, 보건을 희생하고 있습니다.
기자 박재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