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김주애 관심’ 열병식 후 비난과 우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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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작년 11월 김정은 총비서의 딸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큰 관심을 보였던 북한 주민들이 2.8절(북한군 창건일) 열병식 행사 후 김주애에 대해 비난과 우려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11일 “2.8절 열병식이 있은 후 주민들속에서 김정은의 어린 딸에 대한 태도와 반응이 달라지고 있다”며 “딸을 전격 공개한 것에 대한 놀라움과 긍정적인 관심에서 비난과 우려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작년 11월 김정은의 딸이 미싸일 발사장에 처음 나타났을 때 주민들은 어린 딸의 모든 것에 관심을 보이며 호기심어린 반응을 보였다”며 “하지만 열병식 행사 이후 어린 아이를 지나치게 내세우는데 대해 우려하는 주민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주민들이 김정은의 어린 딸에 관심을 보인 것은 과거 김정일이 자기 자녀를 전혀 공개하지 않은 것과 대조되었기 때문이고 아버지인 김정은을 똑 닮았기 때문이었다”라며 “최근 주요 행사에 학생인 어린 딸이 연이어 등장하고 언론에서 요란한 존칭사를 붙여 찬양하는 것을 보면서 주민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짧은 혀 때문에 긴 목이 날아갈 수 있는 이 나라에서 김정은의 딸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며 “가족이나 정말 친한 사람끼리 매우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주변 친구들은 이번 열병식이 김정은 딸에 집중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며 “초급중학생(중학생)이 어른 티를 내며 화려한 옷을 입고 등장하고 김정은과 같이 명예위병대(의장대)를 사열하며 머리 허연 간부들이 머리를 숙이고 쩔쩔매는 모습은 주민들에게 좋은 인식을 주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서른 살도 안 된 여동생에게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자리를 주며 내세운 김정은이 열 살이 조금 넘은 어린 딸을 주요 행사장에 데리고 다니며 특별한 존재 인양 잔뜩 내세우고 있다”며 “이런 행동은 김일성, 김정일도 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12일 “김정은 딸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의 생김새와 옷차림 등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 현재 주민들의 반응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 세상 모든 부모에게 자식이 소중한 존재인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이번 열병식 행사에 김정은의 딸은 아이라는 감이 전혀 없이 고급 양복과 모직 외투 같은 사치한 옷에 쁘로찌(브로치)까지 달고 나와 세상이 다 보라는 듯 뽐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작년에 김정은 딸이 보통 아이와 별로 다르지 않은 차림으로 등장했을 때 주민들 특히 어린 여학생들이 친근감을 느끼고 그가 입은 옷과 구두에 관심을 보였다”며 “그러던 여학생들조차 이번엔 관심이 아니라 비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올해 14살인 우리 딸은 (그가 나오는)텔레비죤 화면과 신문 사진을 보며 일반 노동자의 딸이면 저렇게 특별 대접을 받겠느냐며 입을 삐쭉거렸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에게 좋은 옷을 사 입히고, 세상에 부럼없이 키우고 싶다”며 “하지만 자식을 먹을 걱정 입을 걱정 없이 보란듯이 키울 수 있는 가정이 이 나라에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고 반문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