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많이 낳아라” 북, 다자녀 세대에 식량공급

0:00 / 0:00

앵커: 북한이 김정일 생일(2.16)을 앞두고 다자녀가정에 통강냉이 식량을 공급하면서 여성의 다출산을 독려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의 보돕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2월 16일(김정일생일)을 맞아 은산군에서는 다자녀세대마다 20킬로의 통강냉이와 된장 2킬로, 콩기름 한 병을 공급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다자녀 세대는 세 명이상의 고급중학교 졸업 전 자녀를 키우는 가정이 해당된다”라면서 “은산군 읍 전체에서 다자녀세대는 20세대도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읍에는 약 3만 명 인구(6천 세대) 거주)

소식통은 이어서 “당국은 다자녀세대에만 통강냉이 식량과 된장을 명절물자로 공급하면서 자식들을 많이 낳아 키우는 여성들은 앞으로도 사회적으로 우대할 것이라는 선전으로 다출산 독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주민들 속에서는 다자녀세대에만 통강냉이 식량과 된장을 공급하는 것도 어처구니없지만, 어쩌다 한번 통강냉이를 공급하면서 여성들의 다출산을 요구하고 있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용천군에서도 다자녀세대로 등록된 가정에 통강냉이와 된장, 기름이 2월 16일(김정일생일) 명절물자로 공급됐다”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다자녀세대의 기준은 친자녀 뿐 아니라 고아를 데려다 양육하는 아이가 세 명이상이면 다자녀세대로 군당에 등록되어 다자녀세대증이 발급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당국은 다자녀세대가 되면 국가우대물자 공급대상으로 매달 식량과 부식물 등이 당의 배려로 공급된다"고 여성들에게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거짓으로 선전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여성들이 아들 딸을 많이 낳아 키우는 것은 나라의 흥망, 민족의 전도와 관련되는 애국적 행위라고 치켜세우면서도 김정일생일(2.16)과 김일성생일(4.15)에만 얼마간의 식량을 불규칙적으로 공급하고 있어 다자녀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더 가난한 것으로 알려졌니다.

소식통은 “여성들은 지금 같은 세월에 자기 입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데, 누가 바보처럼 자녀를 세 명이상이나 낳겠느냐”면서 “당국이 여성들에게 다출산을 요구하려면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북한에서는 다자녀세대를 국가보조금 대상으로 지정하고 매달 지역 동 사무소를 통해 다자녀세대당 내화 5천원($0.60)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내화 5천원은 장마당에서 쌀 1킬로도 살 수 없는 돈이어서 국가보조금 가치는 무의미하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한편 미국 중앙정보국(CIA)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북한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1.9명(세계 127위)으로 전년(1.91명)보다 0.01명 줄어드는 등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