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자원재활용 소비품” 북 주민 외면

북한 신의주 압록강 유역에서 북한 군인이 쓰레기 더미 앞에 서 있다.
북한 신의주 압록강 유역에서 북한 군인이 쓰레기 더미 앞에 서 있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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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당국이 자원재활용을 통한 소비품 생산을 늘리도록 다그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재활용 자재로 만든 물건이 인민생활과는 동떨어진 품목들이어서 주민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1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요즘 신의주 직매점에 8.3제품이 쌓여있다”면서 “하지만 실생활에 필요한 8.3제품이 없어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에서 8.3제품이란 1984년 8월 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진행된 전국 경공업제품전시장을 둘러보면서 폐기물과 유휴자재를 이용해 인민소비품을 생산·판매하도록 지시하면서 유래된 ‘8.3인민소비품’을 말합니다.

소식통은 “8.3제품은 국영 상점이 아니라 지방정부 자체로 운영하는 수매상점과 직매점에서 판매되고 있어 가격은 장마당가격보다 조금 싸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신의주 직매점 매대마다 쌓여있는 8.3제품을 보면 가방공장과 화장품공장, 일용품공장 등에서 자투리자재와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들었다는 가방과 기능성화장품, 기타, 털모자 등이다”라면서 “가격은 모두 내화 1만원($1.21) 이상이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직매점에 가본 주민들 속에서는 8.3제품이 허울만 좋은 인민소비품이지, 실용적인 상품이 하나도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먹을 것은 하나도 없는데 누가 지금 기능성화장품을 바르고 기타나 뚱땅거리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같은 날 강원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원산시에 있는 공장기업소들은 당국으로부터 재자원화(자원재활용)로 인민소비품을 생산하라는 계획 수행에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하지만 재자원화로 만든 인민소비품을 원산 직매점에 넘겼지만 그 상품이 팔리지 않아 고민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직매점에 있는 8.3제품을 보면 원산식품공장에서 폐기물을 재활용해 생산한 청량음료, 초물(밀짚)가공공장에서 밀짚으로 만든 초물모자와 초물가방 등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원산직매점에서 사이다와 단물 한 병 가격은 내화 2천원($0.24). 초물모자와 초물가방은 내화 3천원($0.36)으로 알려졌습니다.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에게 음료를 비롯한 초물모자 등은 사치품이어서 주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북한은 중공업 우선 발전 정책으로 경공업 부문이 약화되면서 주민들에 공급할 생필품 부족에 시달려왔습니다. 이에 1984년부터 공장기업소와 협동단체, 가내작업반 등 생산단위에서 유휴자재로 8.3인민소비품을 생산해 판매하도록 장려했으나 1990년대 경제난을 겪으면서 소비품 생산 자체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이후 장마당이 확대되고 중국산 생필품이 밀려들면서 8.3인민소비품은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국경이 봉쇄되어 수입 생필품 대란이 일어나자 북한은 2020년 4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3차회의에서 ‘재자원화법’을 제정하고 인민경제 모든 부분에서 폐기물과 유휴자재를 재활용하여 인민소비품 생산을 늘리도록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