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오빠’ 튀어나올까 평양말 열공하는 북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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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최근 북한사람들이 북한식 말투를 연습하는 희한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당국이 한국말을 괴뢰말로 지정하고 단속을 강화하자 주민들은 한국식으로 고정된 언어습관을 고치려 노력하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12일 “요즘 당국이 ‘평양 문화어보호법’에 의거해 평양말을 살려나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이미 한국식 말투에 익숙해진 주민들은 평양말을 따로 연습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오랜 세월 꽉 막힌 체제에서 ‘장군님 만세’만 외치던 주민들은 한국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자유롭고 매력적인 한국식 생활문화와 말투에 매력을 느껴 이를 따라 하게 된 것”이라면서 “그런데 요즘 한국식 말투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한국말이 얼결에 튀어 나와 처벌받을까 염려돼 조선(북한)식 말투를 연습하고 있는 것”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앞서 북한 당국은 지난 1월 17일부터 이틀 동안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에서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하고 남한말을 비롯한 외국식 말투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은 남한말을 쓰면 6년 이상의 징역형, 남한말투를 가르치면 최고 사형에 처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외래문물 차단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됩니다.

소식통은 “그러나 한국영화와 드라마를 가장 많이 보는 대상은 불법 영상물을 단속하는 사법일꾼들과 간부들, 그 가족, 친척들”이라면서 “체제를 보위하고 지켜야 할 사법일꾼들이 오히려 한국영화와 드라마에 빠져 한국식 말을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사람들이 ‘오빠’ ‘자기야’ ‘사랑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은 한국영화를 귀에 익고 입에 오를 정도로 봤다는 증거”라면서 “하지만 당에서 평양말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하자 최근 주민들이 기래서(그래서)나 알간(알겠니) 등 평양말을 연습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주민들이 한국영화에서 본 한국의 생활상은 환상의 세계 그 자체여서 한국식 말투를 뿌리 뽑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무리 당국이 주체성과 민족성을 강조해도 한국말이 자유를 상징하고 억양도 부드럽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12일 “요즘 일반 주민들도 평양 표준어 연습을 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12월 17~18일에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회의에서 ‘평양문화어보호법’이 채택된 뒤 ‘패션’이나 ‘헤어스타일’ ‘와이프’ 등 한국식 말을 단속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과거에는 ‘동지’나 ‘동무’라고 하던 것을 요즘엔 ‘친구’로 부르거나 남녀 연인사이에 ‘자기’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면서 “하지만 당에서 평양문화어를 살리고 썪어 빠진 자본주의 언어인 한국말을 쓸어버려야 한다며 단속하자 일부 주민들은 입에 붙어 습관이 된 한국말을 바꾸려고 연습하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당에서는 한국말을 없애려고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제정하고 사회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주체성과 민족성을 고수하기 위한 근본 요구라고 밝혔다”면서 “비록 단속에 걸려 처벌받을 게 두려워 평양말을 연습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한국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당국에 불만이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