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마당 ‘사자머리 고추밥’ 서민들에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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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장마당에 '사자머리 고추밥'(피망 안에 넣은 밥)이 등장했습니다. 가격도 저렴해 서민음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는 피망(piment)의 생김새가 수사자의 머리와 비슷하다 하여 피망을 사자머리 고추, 혹은 사자고추라고 부릅니다. 농장과 개인의 온실에서 재배되어 남새(채소)로 소비되던 사자머리 고추가 대중음식 재료에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17일 “요즘 평성 장마당에 ‘사자머리 고추밥’이 나왔다”면서 “사자머리 고추 안에 나물밥을 가득 넣은 음식”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사자머리 고추밥을 한두 개만 먹으면 시장기가 사라져 끼니가 된다”며 “두부밥보다 크면서도 가격은 저렴해 돈 없는 사람들도 사먹을 수 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유부초밥처럼 기름에 튀겨낸 얇은 두부 안에 한 숟갈 정도의 쌀밥을 넣은 것이 ‘두부 밥’이라면, 사자머리 고추 안에 나물과 옥수수밥을 1:1로 섞은 것을 반공기 정도 넣은 것이 ‘사자머리 고추밥’이라는 것입니다.

‘사자머리 고추밥’은 북한 장마당에서 음식 장사꾼들이 올봄 처음으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 장기화로 소득이 줄어든 손님들의 소비 수준에 맞추어 가격은 싸면서도 끼니를 때울 만한 서민용 음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 장마당이나 길거리 매대에서도 판매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두부밥은 쌀보다 가격이 비싼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사용하지만, 사자머리 고추밥은 개인 텃밭에서도 재배할 수 있어 남새의 일종인 피망, 즉 사자머리 고추가 사용됩니다. 또 두부밥에는 쌀밥을 넣지만, 사자머리 고추밥에는 쌀보다 가격이 싼 옥수수와 산과 들에서 채취하는 나물이 사용되므로 원가 비용이 적게 들게 됩니다.

현재 평성장마당에서 쌀 1킬로 가격은 내화 6,300원($0.76), 옥수수 1킬로 가격은 3,600원($0.43), 두부콩 1킬로 가격은 내화 7,500원($0.91), 사자머리 고추 1킬로 가격은 내화 3,500원($0.42)으로 알려졌습니다.

콩 1킬로에 두부는 9~12모 나오는 데, 두부 한 모 가격은 내화 900원($0.11), 이 두부를 사다가 만든 두부밥 한 개 가격은 800원($0.10), 사자머리 고추밥 한 개 가격은 500원($0.06)입니다.

사자머리 고추밥이 양강도를 비롯한 북부지역의 장마당에도 등장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평안북도 정주시 장마당에도 사자머리 고추밥이 판매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주시의 한 소식통은 17일 “사자머리 고추는 달콤한 맛이 나 맛내기 고추라고도 불린다”며 “사자머리 고추 씨가 수입되었는지 모르겠지만 2010년경부터 농장 온실에서 재배되기 시작해 지금은 개인 온실에서도 재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겨울에는 농장 온실과 개인 온실에서 재배된 사자머리 고추가 장마당에서 1킬로에 9천원($1.09)이상의 가격으로 판매되지만, 5월에 들어서면 각 협동농장 남새(채소)작업반에서 대량 재배하므로 가격이 눅다”고 이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5월에 들어서며 음식장사꾼들이 가격이 눅은 사자머리 고추를 사들여 그 안에 옥수수밥과 시래기, 혹은 산나물과 섞은 밥을 넣고 그 위에 양념을 얹어 판매하고 있다”며 “두부밥보다 가격이 저렴한 데다 밥양이 많아 길거리 음식으로도 인기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주시 장마당에서 두부밥 한 개 가격은 큰 두부밥은 800원($0.10), 작은 두부밥은 400원($0.05), 사자머리 고추밥은 한 개 500원($0.06)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