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억류자 가족, 10년만에 유엔 북인권보고관과 첫 만남

0:00 / 0:00

앵커: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의 가족이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만나 유엔이 억류자의 생사확인을 위해 적극 나서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억류자 가족이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3년 10월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 선교사의 친형인 김정삼 씨가 현재 한국을 방문 중인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만났습니다.

북한에 한국인들이 억류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이들의 가족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정삼 씨는 2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살몬 특별보고관을 만나 동생의 생사확인이라도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삼 씨: (억류된 지) 10년이 됐는데 아직도 생사확인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유엔이 노력을 해주면 더 힘이 실리고 또 저와 가족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편지를 써서 이를 전달하고 왔습니다.

이날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도 지난 2014년 10월 북한에 억류된 김국기 선교사의 아내를 대신해 살몬 보고관을 만났습니다. 이 소장은 현재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김 선교사의 아내의 요청을 살몬 보고관에게 전달했습니다.

이한별 소장에 따르면 김 선교사의 아내는 70세를 바라보는 남편의 건강을 염려하고 있었습니다.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 이제 김국기 선교사가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입니다. 평소에 편도염을 자주 앓았고 스트레스성 대장염도 앓았다고 합니다. 이제 연로하신데, 구금시설에서의 건강을 아내분께서 너무 염려하셨습니다. 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이 있으셨고요. 생사확인을 꼭 부탁한다는 말씀해주셨습니다.

김정삼 씨는 오는 7일 정 박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 겸 대북특별부대표와도 만남을 가질 예정입니다. 김 씨는 이 자리에서도 동생의 생사확인 및 송환 등을 위한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할 계획입니다.

K020223my1-1.jpg
김정삼 씨(왼쪽)가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게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 김정삼 씨 제공

김 씨는 최근 한국 정부와 유엔, 그리고 미국까지 억류자 문제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삼 씨: 10년여 만에 큰일이, (지난해) 통일부 장관을 면담했고 오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만났고 다음 주에는 정 박 부대표를 만나는데, 모두 (억류자 사건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저에게는 엄청난 기대이고 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있죠.

그동안 한국인 6명의 북한 억류 사건은 남북미 관계가 부침을 겪는 과정에서 장기화하면서 세간의 관심에서 점점 잊혀왔습니다.

한국인들의 북한 억류 사건이 발생한 지 9년이 지나서야 한국의 통일부 장관이 그 가족들과 직접 면담을 가졌고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한국인 억류 사태 발생 10년이 되는 올해 처음으로 억류자의 가족을 만났다는 것은 이를 증명합니다.

다만 김정삼 씨는 최근 들어 한미 정부와 유엔이 억류자 문제에 관심을 표하고 있는 사실에 다시 희망을 갖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1월 캄보디아(캄보쟈)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국 정상이 억류자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을 계기로 앞으로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지난해 한미일은 3국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을 통해 “3국 정상은 납치자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위한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하고 기시다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에 억류된 대한민국 국민이 즉각 석방되어야 한다는 데 지지를 표명한다”며 납치자, 억류자 문제를 공론화시킨 바 있습니다.

이후 미국은 지난달 24일 6년간 공석이었던 북한인권특사로 줄리 터너 미 국무부 인권노동국 동아시아태평양 담당을 지명했습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최근 일련의 상황들은 납북자, 억류자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스웨덴(스웨리예) 등 북한에 대사관을 둔 3국을 통한 영사보호 요청 등 억류자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노력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