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군인(병사)들의 이발규정(머리 길이)을 대폭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화소(교도소) 수감자처럼 모발을 1미리 이하로 빡빡 밀던 군인들이 30미리(3cm)까지 머리를 기를 수 있게 되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의 한 군 간부소식통은 지난 30일 “이제는 군인들이 머리 모발을 교화소 죄수마냥 빡빡 밀지 않아도 된다”면서 “군 당국이 새로 ‘리발병 편제’라는 걸 내놓고 병사들도 머리를 약간 기를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머리카락을 1미리 이하로 빡빡 깎은 군인들을 보면 교화소의 수감자들과 다를 바 없었다”면서 “군인들의 머리카락을 3센티까지 기를 수 있게 허용한다는 최고사령관의 비준과업이 각 군부대들에 (지난해말) 하달되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올해 1월부터) 리발(이발) 비준과업이 하달되고 신입병사들이 입소한 신병훈련소마다 1개 소대의 ‘리발사 편제’소대를 내오게(새로 구성하게) 했다”면서 “리발사 편제로 신병훈련을 마친 군인들은 부대에 배치될 때 각 중대에 1명씩 배치되어 리발사로 일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동안 군인의 머리카락을 1미리 이하로 깎도록 규정했을 때는 부대에 이발사가 따로 없었다”면서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머리모양대로 반반하게 밀어버리기 때문에 중대에 이발기를 갖춰놓고 서로가 돌아가며 깎아주곤 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번에 군인들의 머리를 3센티까지 기르게 한 것을 두고 부대들에서는 최고 사령관의 배려라고 선전한다”면서 “잘 먹지 못해 야윈 군인들이 머리를 빡빡밀면 영락없는 수감자처럼 보여서 마지못해 내린 조치임에도 총사령관(김정은) 위대성 선전에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지난 28일 “요즘 국경경비대 군인들은 사회의 일반 주민들처럼 머리를 기를 수 있게 ‘리발병 편제’를 도입했다”면서 “1미리 이하로만 허용되던 군인들의 리발규정이 30미리까지로 허용된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군인들의 리발규정이 변경된 배경에 대해 군 당국은 최고 사령관의 특별 배려라고 선전한다”면서 “그러나 군인들은 머리를 완전히 밀어버린 군인들의 모습이 교화소 수감자와 구별되지 않는다는 젊은 군인들의 불평이 거세지자 당국에서 할 수 없이 내린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군 복무기간이 7년에 달하고 특수병종이 아닌 일반병종, 특히 공병국에 입대한 군인은 수도건설과 발전소건설 등의 건설장을 전전하게 된다”면서 “그런데 대부분의 군인들이 영양부족으로 앙상한 데다 머리까지 빡빡 밀어버리면 교화소 수감자와 구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군인들과 교화소 수감자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머리 길이도 고등중학교 졸업생들이 초모(입대)를 기피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면서 최근 “자녀를 입대 대상에서 면제받게 하려고 신체검사 대상병원에 뇌물을 고이며 진단서를 발급 받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당국이 군인들의 머리를 30미리까지 기르도록 허용한다고 해서 군대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바뀌겠냐”면서 “배고픔과 고된 노동에 시달리며 7년을 보내야 하는데 어느 청년들이 군대에 가려하겠냐”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