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공장 간부들, ‘대부법’ 제정에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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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지난 2월 초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채택한 '대부법'에 대해 공장, 기업소 간부들과 재정회계 담당자들은 기업소 운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김책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20일 “지난 2월 2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24차 회의에서 ‘대부법’이 채택되었다”며 “‘대부법’에 대한 보도가 처음 나왔을 때만해도 각 공장, 기업소 간부들이 관심을 가졌으나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면서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오늘 오전 시인민위원회가 각 공장 기업소 책임자와 재정회계일꾼들을 불러 회의를 열고 ‘대부법’의 내용을 통보했다”며 “구체적인 내용 설명을 들은 공장 간부들과 재정회계원들의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은 ‘대부법’ 채택이 2015년 각 지역에 꾸려진 상업은행 자금 대부와 관련한 제도와 질서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며 “해당 법에는 대부 신청과 대부 계약체결 및 취소, 대부금 상환과 법적 책임 등 대부 사업에서 지켜야 할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전에는 조선중앙은행이 화폐 발행과 통화조절, 예금과 대부 등 금융업무를 독점했으나 2015년 ‘상업은행법’ 개정으로 중앙은행은 화폐 발행과 통화조절 기능을 수행하고 예금과 대부 업무는 상업은행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각 지방의 중앙은행지점을 상업은행으로 변경했으며 기업의 경영활동에 필요한 자금 대부, 거래 기관의 계좌 개설에서 개수 제한을 없애는 등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소식통은 “공장 간부들과 재정회계일꾼들이 ‘대부법’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은행이 대부금의 이용 정형(내용)을 정상적으로 요해(파악)하고 필요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 정해진 기일에 대부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 담보재산을 처분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국가자금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법적 책임을 지운다는 내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지금까지 적지 않은 공장들이 개인이나 돈주들의 돈을 빌려 어려운 대목을 넘겨왔다”며 “개인한테서 빌린 돈은 이용 관련 내용은 상관없이 약속된 날짜에 본전(원금)과 이자를 갚으면 되고 간혹 상환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돈주에게 뇌물을 주거나 이자를 조금 더 주는 등의 방식으로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하지만 ‘대부법’ 제정으로 앞으로 기업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상업은행에서 대부받으면 공장과 돈주간에 이뤄지던 유연한 관계 같은 것을 더이상 바랄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2000년대 초기 일부 주요 공장들이 김정일이 준 ‘혁명자금’을 받고 생산을 정상화하지 못하거나 원금을 갚지 못한 공장 책임일꾼들은 다 목이 날아갔다”며 “국내 공장 기업소들에 걸린 문제가 운영자금만이 아니라 전력과 원자재 및 설비 부족 등에 있는 만큼 상업은행에서 운영자금을 대부 받는다고 해도 생산과 운영의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는 공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남도의 한 재정회계 관련 소식통은 20일 “새로 채택된 ‘대부법’에 대해 공장 기업소 간부들은 물론 일반 주민들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공장 기업소들의 대부와 관련한 정부의 지침은 2006년에 채택된 ‘상업은행법’에 이미 명시되어 있었다”며 “‘대부법’은 ‘상업은행법’에서 대부와 관련한 부분만 떼어내 따로 구체화된 법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많은 공장 기업소들이 생산 정상화와 국가계획수행을 위해 돈주와 같은 개인들의 돈을 빌리고 갚는 오랜 과정에서 깊숙한 유착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관계가 일부 공장들의 정상 운영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고 돈주들도 엄청난 이익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대부법’ 채택은 공장과 돈주들간의 이런 연계를 차단해 개인의 돈주머니가 불어나는 것을 막고 공장 기업소들이 유통하는 자금을 비롯한 금융과 관련한 모든 것을 국가가 장악하려는 시도인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앞으로는 모든 단위들이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상업은행을 통해 대부를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개인 돈주의 돈과 달리 상업은행 대부금은 눈이 달려있어 자금 이용과 관련한 모든 것이 은행에 장악(통제)되는 만큼 공장 책임일꾼들과 재정회계 지도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2009년 11월 1일에 실시된 화폐개혁도 당국의 요란한 선전으로 모두가 처음에는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완전한 실패작이었다”라며 “이번 ‘대부법’ 제정도 개별적 주민들의 돈벌이를 막고 국가가 모든 것을 다 독점하겠다는 의도”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