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공장에 CCTV 설치해 노동자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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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공장 기업소 구내에 CCTV 카메라를 설치하고 공장 노동자들의 근로 현장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평양시 도로와 시, 군 지방정부 청사를 비롯한 중요 기관에만 CCTV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공장기업소 생산현장에도 CCTV 카메라가 설치돼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6일 “이달 초 덕천자동차연합기업소 산하 공장 구내 마다 몰래(CCTV) 카메라가 설치됐다”며 “몰래 카메라는 24시간 가동된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중국에서 수입된 몰래 카메라는 중앙에서 공급한 것”이라며 “공장자재를 누가 훔쳐 가는지, 노동자들 속에서 누가 노라리(땡땡이) 피우는지 감시하는 용도”라고 설명했습니다.

1956년 설립되어 1958년 처음으로 2.5톤 화물차 ‘승리-58’을 생산한 덕천자동차연합기업소는 1968년부터 10톤급 중량화물차 ‘자주-64호’에 이어 25톤급 대형화물차를 생산하는 곳입니다. 기업소 산하에 생산계열의 분공장마다 조직되어 있는 직장과 작업반에서 2만 5천여명의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소식통은 “몰래 카메라는 각 분공장 정문에 설치되고, 각 분공장 산하 직장 현장에도 설치되어 있어 저녁마다 진행되는 하루 작업총화시간 누가 몇 시에 출근하고, 누가 작업시간에 잡담을 하였는지 등이 폭로되고 있어 노동자들의 심기가 편치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7일 “정주시에 있는 베어링공장에는 지난 3월 중순부터 몰래 카메라가 생산현장마다 새롭게 설치돼 노동자들의 교대별 작업현장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1970년대 설립된 정주 베어링공장은 북한에서 최대 규모의 베어링 생산기지로서 산하에 단조직장과 형태직장 등에서 3천 명 정도의 근로자가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CTV 카메라가 설치되면서 공장 행정의 하부 말단 기구인 작업반에서의 하루 생산총화 방식이 달라졌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기존에는 공장 산하 직장마다 조직된 작업반을 책임진 작업반장이 일일 생산실적을 직장에 간단히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CCTV 카메라가 설치된 이후에는 작업반장이 직장사무실에 들어가 CCTV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통해 하루 8시간 노동자들이 제대로 일했는지, 생산자재를 훔치지 않았는지 등을 보고 받고 작업반노동자들에 대한 작업평가를 한 이후 직장에 일일 생산실적을 보고한다는 겁니다.

소식통은 “공장 노동자들은 배급으로 받는 식량이 부족해 공장에서 생산되는 베어링이나 소재 부품을 몰래 주머니에 넣었다가 퇴근 이후 장마당에 넘기며 생계를 이어왔다”면서 “그런데 이제는 조그마한 쇠 조각도 주머니에 넣으면 국가 자재를 훔친 도둑으로 비판무대에서 망신을 주고 있어 노동자들이 불만을 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행정간부로 근무했던 탈북민 김영일(가명)씨는 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당국이 공장기업소에 CCTV 카메라를 설치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영일 탈북민: 자그마한 공장기업소에는 (CCTV 카메라 설치가) 안됐을 것 같고, 큰 공장 기업소부터 설치했을 겁니다. 그러면 노동 규율 관리가 되잖아요. 다른 하나는 공장 내부 물자와 설비 유출을 단속하려는 의도라고 봅니다.

그는 이어서 북한이 공장 노동자들의 생산능률을 높이고 공장 보안을 강화할 목적으로 CCTV 카메라를 설치했겠지만, 식량배급과 월급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오히려 노동자들의 불만을 야기하는 등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