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모내기 전투 동원노력에 첫 대가지불 약속

북한 남포의 청산리 협동농장에서 농부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북한 남포의 청산리 협동농장에서 농부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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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올해 농업 증산을 주공전선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 당국이 모내기 전투 동원 노력에 이례적으로 물질적 대가를 지불할 것이라고 주민들에게 약속했습니다. 손혜민 기자의 보돕니다.

북한 협동농장에서 첫 모내기가 시작됐습니다. 모내기를 제철에 끝내야 한다며 해마다 주민들을 무보수 노력으로 총동원해왔던 북한이 올 모내기에 동원된 주민들에게 식량과 생필품을 지불하겠다고 선전하고 있어 주목을 끕니다. 해당 조치는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12일 “어제부터 증산군 협동농장에서 모내기 전투가 시작됐다”며 “모내기에 선행되는 모뜨기에는 주부들이 동원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모내기 전투 기간 모뜨기 작업에 하루도 빠짐없이 참여하는 주부에게는 1인당 옥수수 7kg과 가루비누 한봉지(450g)가 공급된다고 포치됐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해마다 5월이면 북한에서는 모내기 전투에 대학생과 초·고급중학교 학생은 물론 가정주부들도 무보수 노력으로 동원해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모내기 전투에 열심히(한달 이상) 참가한 주민들을 선별해 물질적 보상을 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주지도 않으면서 사람들을 부리려고 거짓말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과 “진작 그렇게 했어야 했다며 노력 동원에 대가를 지불하면 자발적으로 모내기 전투에 나설 것”이라는 반응이라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모내기 전투 이후 노력동원 총화에서 모범 주민에게 지불된다는 식량과 가루비누 등 물질적 비용은 지방 정부에서 동사무소를 통해 지급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소식은 평안북도에서도 전해졌습니다. “용천군에서는 16일부터 모내기가 시작된다”며 “모래(14일)부터 여맹원(가정주부 조직)들은 모뜨기에 동원된다”는 게 현지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북한에는 북부지역과 내륙지역 간 날씨 차이가 있어 모내기 시작과 끝나는 시점이 차이가 나지만, 평균 5월 중순 모내기가 시작되어 6월 중순이면 끝납니다. 그러나 노력 동원과 영농 자재가 미비할 경우 6월말이 돼서야 마무리됩니다.

“올해는 농업부문에 중앙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모내기를 제때에 끝내야 한다”며 “이에 군당에서는 모내기 노력을 총동원할 목적으로 모내기 전투에 열심히 참여한 주민에게는 물질적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포치했다”고 이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현재 북한 주민들은 코로나 생활고에 보릿고개까지 겹치고 있어 무보수로 동원되는 모내기 전투에 장기간 참여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당국이 모내기 전투에 30일 참가한 주민에게는 옥수수 식량 7kg과 밀가루 등을 지급하겠다고 나섰다는 것입니다.

해마다 봄철이면 모내기 전투에 주민들을 강제로 동원하던 북한이 노력동원 비용으로 물질적 보상을 언급한 사례는 처음입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코로나 장기화로 민생은 악화되고 사법기관 통제만 강화되고 있어 체제를 이탈하는 민심을 의식한 당국이 경제적 대가를 거론하는 방식으로 주민들을 다독여 모내기 전투에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한편 북한은 더 많은 노동력이 모내기 전투에 동원될 수 있도록 노력 조직을 합리적으로 짜고 들도록 각 지역 기관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15일부터 전국의 대학과 고급중학교 학생들도 모내기 전투에 동원된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학생이나 군인들은 조직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단체조직이어서 물질적 댓가를 지불한다는 조치가 없어도 동원이 가능하지만 가정주부들은 가족의 살림을 책임지고 장사를 해야 하므로 이들을 동원하기 위해 물질적 보상을 주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