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북 당국의 세외부담 근절 조치

개성시 해선협동농장에서 근로자들이 거름을 실어내고 있다.
개성시 해선협동농장에서 근로자들이 거름을 실어내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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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북한 당국이 간부들을 대상으로 주민들에게 부과하는 각종 명목의 세외부담을 없앨 것을 강조했습니다. 극심한 생활난을 겪는 주민들의 분노를 고려한 조치이긴 하지만 그때 뿐이라는 지적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우월성의 주요 내용중 하나로 세금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인은 물론 어린 학생들까지 당의 방침집행, 정책적 과제수행, 사회적 과제수행, 각종 꾸리기와 지원사업 등의 명목으로 때없이 돈과 물자를 바쳐야 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행정 간부 소식통은 30일 “최근 당국이 각 지역과 각 단위 간부들이 당의 방침집행을 구실로 세외부담을 정당화하고 공공연히 내리 먹이는 행위를 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세외부담을 없앨 데 대한 방침이나 지시가 한두 번 내려온 것이 아니지만 매번 그때뿐”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북한에서는 당국이 '세외부담'이라는 명칭을 주로 사용하는 데 '세금 외 부담'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세금이 아닌 부담'이라는 의미로 사용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5월 말에 있은 간부 학습회와 강연회에서 주민들에게 세외부담을 시키지 말 데 대한 내용이 강조되었다”며 “주민들에게 세외부담을 들씌우는 현상에 대해 엄하게 처벌한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노동당은 교육부문에서 학생들에게 학교 꾸리기, 사회주의 건설장 지원을 구실로 돈과 물자를 요구해 부담을 주는 현상을 지적했다”며 “보건부문에서도 환자들에게 소소한 일을 시키거나 의사 식사 보장, 부족한 의약품을 본인이 부담하게 하는 등의 세부담을 시키는 현상도 언급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학습회와 강연회에서는 세외부담이 사회주의 제도의 영상을 흐리게 하고 적들이 우리를 헐뜯을 수 있는 언질을 주는 이적행위이고 반당 반인민적 행위임을 강조했다”며 “당국이 세외부담으로 인해 주민들의 느끼는 부담감과 사회적인 부작용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지금까지 세외부담을 없애라는 지시가 여러 번 내려왔으나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지난 2월에도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각종 세외부담을 없앨 데 대한 당의 방침이 내려왔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없는 것은 만들어내고 모자라는 것은 찾아내는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발휘하라고 강요한 곳은 바로 노동당”이라며 “당간부들이 행정간부들에게 위에서 조건 보장을 해줄 것을 기다리지 말고 부족한 것을 자체로 해결하라고 압박하지 않았다면 세외부담은 애초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에서 주민들에게 부과하는 세외부담은 경제난, 식량난, 에너지난을 겪은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시작됐습니다. 노동당이 자력갱생을 운운하며 전력, 원자재 등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당이 요구하는 각종 건설과 꾸리기 등 다양한 명목의 과제를 무조건 수행할 것을 강요한 것입니다.

문제는 주민들에게 세외부담 과제를 부과하는 당사자가 바로 세외부담 행위를 통제해야 할 당간부들이라는 점입니다. 북한에서 당간부는 노동당 입당 권한, 간부사업(인사) 권한 등 많은 특권을 가지고 있으나 행정 간부와 달리 책임은 전혀 지지 않고 말로 일하는 사람들로 이들에 대한 주민들의 원성이 높습니다.

같은 날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고난의 행군 이후 시작된 각종 명목의 세외부담이 점점 도를 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올겨울 내내 주민들이 농촌에 보낼 퇴비를 생산하고 제철소에 보낼 파고철을 수집하느라 고생을 했다”며 “이외에도 탄광 지원, 인민군대 원호, 평양시 살림집건설 지원, 황주-긴등 물길공사 지원 등의 명목으로 없는 돈과 물자를 바쳐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식량부족과 생활난에 시달리고 있는 주민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쩍하면 돈과 물자를 내라고 강요하는 세외부담”이라며 “세외부담이 없어지지 않는 원인은 세외부담을 강요하는 장본인이 바로 노동당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장본인인 노동당이 세외부담을 없애라고 외쳐대고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당국이 생활난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불만과 원성이 높아질 때마다 이를 눅잦히기(누그러뜨리기) 위해 침 발린 지시를 반복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