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북 주민들, 한국 가족에 “도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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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코로나 사태로 국경봉쇄를 비롯한 강력한 통제가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북한에서 주민들의 생활고가 최근 더 극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주민들이 한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장기간 경제난, 식량난, 에너지난이 지속되고 있는 북한의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지난 3년간 북한 당국이 외부와의 연계를 모두 차단한 채 코로나 감염병 확산에 대응한 생활 보장 대책은 전혀 없이 각종 통제를 강화하면서 주민들이 겪는 생활고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란 지적입니다.

함경북도가 고향인 서울 거주 탈북민 이혜선(신변 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 씨는 6일 “북한에 있는 부모나 형제가 걸어온 전화를 받는 탈북민이 늘어나고 있다”며 “전화는 하나같이 생활상 어려움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그는 “지난 일요일(4일) 밤, 4년 만에 북에 계시는 어머니와 동생을 전화로 만났다”며 “어머니가 요 몇 년간 하루하루 사는게 너무 힘들었다면서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2015년 한국에 입국한 이 씨는 “지금까지 항상 내가 어머니나 동생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어머니가 먼저 브로커를 찾아갔다”며 “겁이 많은 어머니가 동생까지 데리고 브로커를 찾아간 것은 처음인데 오죽 살기 힘들었으면 그랬겠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는 “전화 통화를 길게 하진 못했지만 어려운 고향 형편을 파악하는 데는 충분했다“면서 어머니가 “‘숨을 쉬니 살아있구나 하고 느낄 뿐이라며 여기(북한)는 사람이 사는 세상이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씨는 또 “내가 보내는 돈으로 기름(식용유)이라도 떨구지 말고 사서 드시라고 했더니 어머니가 꿈같은 소리를 한다며 기름을 먹어본 지 까마득하다고 했다”면서 “우리만 그런게 아니라 동네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산다며 ‘사는게 기(가)차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람이 사는 세상이 아니다’라는 말은 사람이 살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는 의미로 현재 북한의 경제 형편과 주민들이 겪는 생활고가 심각한 수준임을 말해줍니다. 또 ‘기(가)차다’는 표현은 살아가는 형편이 너무 어려워 말로 다 표현할 정도가 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씨는 그러면서 “오랜만에 어머니와 동생의 목소리를 들어 기쁘기도 했지만, 그동안 어머니와 가족이 얼마나 고생했을 지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양강도가 고향인 인천 거주 탈북민 정철민(신변 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 씨는 “지금 북한 주민들이 겪는 생활고가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 이상”이라며 “나도 북에 있는 가족으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지난주에 고향에 있는 형(님)과 전화 통화를 했다”면서 “형은 요즘 사는 게 정말 힘들다며 돈을 좀 보내줄 수 없냐고 조심스레 도움을 청했다”고 말했습니다.

2010년 한국에 정착한 정 씨는 이어 “며칠 전에는 브로커를 통해 외삼촌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며 “외삼촌도 생활이 너무 어려우니 조금만 도와달라고 하기에 많지 않지만 돈을 보내줬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외삼촌과 형의 말에 의하면 “코로나 이전까지 괜찮게 살던 사람들도 하루하루 넘기기 어려워한다”며 “요즘은 강냉이밥이라도 떨구지 않고 먹는 집은 정말 잘사는 집”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정 씨는 이어 “주민들에게 돈도 없지만 설사 돈이 있어도 시장에서 쌀, 기름 같은 것을 구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라며 “절대다수의 주민들은 고기나 기름 같은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입에 풀칠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