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권단체 “유엔, 남북한에 ‘탈북어민’ 정보요청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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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탈북어민 송환 사건 1주년을 앞두고 한국의 인권단체가 피해자에 대한 보상, 정의구현, 재발 방지를 위한 유엔 차원의 문제제기를 거듭 요청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은 최근 유엔강제적 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WGEID)과 유엔자의적처형특별보고관(SR on Extrajudicial-Summary or Arbitrary Executions)에게 보낸 서한에서 강제실종된 탈북어민 문제에 개입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지난해 11월 7일 한국 정부에 의해 북한으로 송환된 탈북어민 오씨와 김씨의 생사와 행방 등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어 북한 당국에 의해 처형됐을 가능성도 우려된다는 지적입니다.

따라서 이들 유엔 인권기구와 전문가가 남북한 정부에 혐의서한을 보내 이들 탈북어민에 대한 정의와 보상(justice and reparation)을 보장하고 한국 법과 제도가 한국에 도착한 탈북민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 줄 것을 요청한다는 설명입니다.

탈북어민 두 명이 지난해 11월 2일부터 7일까지 5일 간 한국에서 강제실종되었다 7일 북한으로 강제송환되었고, 송환 이후 이들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어 강제실종으로 본다고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덧붙였습니다.

이 단체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어민을 북한으로 송환하는 한국 정부의 국제인권법 위반 행위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 법률분석관: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그 사건이 있고 나서 한국 내에서 제대로 된 진상조사라든가 책임추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또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 (사건에) 대해서 문제 제기가 필요한 데, 그런 차원에서 유엔의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실무그룹과 자의적처형특별보고관에게 문제제기를 해 줄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습니다. 그리고 또 이들이 북한으로 송환된 다음에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 밝혀진 바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2일 동해 북방한계선 인근 해상에서 나포한 탈북어민 두 명이 선장을 비롯해 16명의 동료 선원을 살해한 중범죄자로 이들의 귀순 의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5일 후인 11월 7일 북한으로 추방했습니다.

토마스 오헤야 퀸타나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유엔강제실종실무그룹, 유엔자의적처형특별보고관 등은 지난 1월 한국 정부에 사건 관련 내용에 대한 답변을 요청하는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질의서는 특히 탈북어민들에 대한 적법한 절차도 없이 이들을 고문∙학대, 불공정한 재판 등 중대 인권침해가 만연한 북한으로 추방한 것은 고문방지협약 강제송환금지원칙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답변서에서 탈북 어민이 추후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나포 당시 경고 사격에 도주하는 등 귀순의 진정성이 없었고, 남북한 간 재판 지원이 부족하고 증거획득이 어려울 뿐 아니라 재판 관할권 행사가 한국 국민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헌법 등 국내법과 한국이 가입한 국제조약을 검토했지만 탈북 어민에게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이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한국 정부가 남북한의 특수성을 구실로 개인의 신체적 자유와 안전, 생명권이 달린 문제에 대해 초법적인 조치를 취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신 분석관: 남북 관계의 특수성이라든가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 권한에 따라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엄밀한 법적 절차나 근거에 따라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건데 오히려 (적용할 수 있는) 법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거나 할 수 있다는 논리로 한국 정부가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법은 물론 국제법 차원에서도 보편적 인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초법적 발상이라고 비판을 했던 것이고요.

남북한 간 특수성에 따라 범죄인 인도 조약 등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자의적 해석으로 탈북어민을 위험으로 내몰았다는 것이 신 분석관의 지적입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을 비롯한 19개 북한인권단체들은 지난 4월 퀸타나 특별보고관 등의 질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답변서가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에 어울리지 않는 보편적 인권을 무시한 초법적 발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모순 투성이라고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