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 사망’ 김동식 목사 유족들, 북한에 소장 송달 요청

0:00 / 0:00

앵커: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된 뒤 평양에서 사망했다고 지난 2015년 미국 법원이 인정한 김동식 목사의 유가족들이 지난 9월 북한을 상대로 새로 제기했던 피해배상 소송장을 북한으로 보내기 위해 법원에 송달을 요청했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9월8일 김동식 목사의 부인 김영화(YOUNG HWA CHUNG KIM) 씨와 아들 김춘국(CHUN KOOK KIM) 씨, 딸 다니 버틀러(DANI BUTLER) 씨는 지난 2001년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김 목사가 고문당하고 살해당했다며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을 상대로 피해 배상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이 소송은 지난 2009년 당시 원고로 함께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또다른 유가족인 김 목사의 부인과, 아들, 딸 등이 제기한 것으로, 이 유가족들은 지난19일 법원에 소장을 북한으로 송달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20일 연방 법원 기록에 따르면, 버틀러 씨 변호인 측이 19일 '외국 우편물 요청서'(Affidavit Requesting Foreign Mailing)를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20일 연방 법원 기록에 따르면, 김동식 목사의 딸 다니 버틀러 씨 변호인 측이 19일 ‘외국 우편물 요청서'(Affidavit Requesting Foreign Mailing)를 법원에 제출했다.
20일 연방 법원 기록에 따르면, 김동식 목사의 딸 다니 버틀러 씨 변호인 측이 19일 ‘외국 우편물 요청서’(Affidavit Requesting Foreign Mailing)를 법원에 제출했다. (/RFA Photo)

이 요청서에 따르면 원고 유가족들은 북한 정권에 의해 살해된 김 목사의 사망으로 신체적, 심리적 고통과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면서, 이로 인한 손해배상과 징벌적 배상을 피고 북한에 요구하는 소장을 북한 외무성 리선권 외무상(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a/k/a North Korea c/o Foreign Minister Ri Son-gwon Ministry of Foreign Affairs Jung song-dong; Central District Pyong Yang, DPRK)에 송달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특히 이 요청서는 소장과 소환장, 소송통지서, 현재 시행 중인 '외국주권면책특권법' (Foreign Sovereign Immunities Act·FSIA) 조항서 등 모든 문서를 한국어로 번역해 등기 우편으로 북한에 보낼 것을 요청했습니다.

'외국주권면책특권법'은 피해자를 고문하거나 인질로 납치하고, 신체에 상해를 가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소송도 '외국주권면책특권법'에 근거해 소송이 제기됐기 때문에, '외국주권면책특권법' 조항도 함께 북한에 송달될 예정입니다.

특히 요청서에 따르면 북한으로의 우편 송달이 불가능할 경우, 외교적인 송달 방식으로 소장이 북한에 송달될 수 있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If there is any reason why service by mail cannot be accomplished, please advise and we will resubmit this request as a request for service by diplomatic service.)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소송에 답변하지 않을 것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번 소송 과정에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으면, 법원은 '궐석 재판'을 진행하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 북한에서 17개월간 억류됐다가 지난 2017년 6월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의 부모가 지난 2018년 10월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 소송을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제기했지만, 북한은 소송 과정에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 '궐석 재판'으로 진행돼, 법원이 웜비어 씨의 부모에게 미화 5억 달러를 북한이 배상하라는 판결을 지난 2018년 12월에 내린 바 있습니다.

현재 북한 측은 웜비어 씨 부모에게 5억 달러를 배상하지 않고 있어, 웜비어 씨 부모는 미국을 포함한 세계 곳곳에 숨겨져 있는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 호 등의 북한 자산을 찾아내 손해 배상금을 회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김 목사의 유가족들도 오토 웜비어씨 부모처럼 북한으로부터 손해배상을 직접 받기는 쉽지 않겠지만, 승소하면 테러 희생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미국 정부 기금을 지원받을 자격이 생기게 됩니다.

앞서, 지난 2009년 김 목사의 아들 김한 씨와 남동생 김용석 씨는 워싱턴DC 연방 법원에 북한을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었고, 지난 2015년 법원은 북한에 3억3천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또 당시 연방법원은 1990년대부터 중국 연변에서 장애인들과 탈북자들을 도운 김동식 목사가 북한 정권으로부터 납치와 고문을 당해 사망했다는 논리적 결론에 이른다는 이유를 들어 승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한편, 지난 8월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의 소장이 북한에 송달되지 못한 채 반송됐다고 지난 8일 연방 법원 기록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