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ICC 기소 위해 지속적 여론 환기·증거수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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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립 10주년을 맞아 열린 한 토론회에서 김정은 당 총비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하려면 국제 여론 환기와 증거수집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김정은 당 총비서를 비롯한 북한 지도부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것을 국제사회에 권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실질적인 움직임은 여전히 보이지 않습니다.

북한이 ICC 설립의 근거가 된 로마규약의 가입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김 총비서를 비롯한 지도부를 ICC에 제소할 수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로 유엔 안보리는 현재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김 총비서의 ICC 기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나위 우카비알라 법무법인 데비보이스 플림턴 변호사는 20일 북한인권위원회(HRNK)와 국제변호사협회(IBA), 연세대가 공동주최한 토론회에 화상으로 참석해 “(김정은 총비서의) 기소 문제를 협상 의제로 올리고 늘 논의해야 하며 이 문제를 상시적인 국제 안건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카비알라 변호사는 “북한을 ICC에 직접 기소하는 것은 로마규약상 관할권의 문제가 있어 불가능하다”면서도 김 총비서를 ICC에 회부할 수 있는 기회가 올 때까지 북한 인권 유린과 관련한 증거수집 등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나위 우카비알라 법무법인 데비보이스 플림턴 변호사 : (지금) 법적으로 기소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북한인권특별보고관, NGO 등이 모여서 증거를 모아야 합니다. 증거가 있어야 기소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계속해서 조사를 하고 리포트를 쓰고 책도 써야 합니다. 이런 노력들, 이런 목소리들이 죽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도 이날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COI 보고서가 나온 지 10년이 됐지만 여전히 가해자 및 책임 규명 문제로 씨름 중인 상황”이라며 “(북한 지도부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혁명화 구역에 수감된 경험이 있는 정광일 노체인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ICC 체포 영장이 발부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총비서의 ICC 기소도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광일 노체인 대표 :북한은 (러시아보다) 더 심합니다. 잡아놓고 때려 죽이고 고문하는데 왜 김정은에게는 체포 영장이 발부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COI 보고서가 나온 뒤 이를 계기로 김정은 영장을 발부할 수 있음에도 안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북한 당국이 종교인에 대한 극심한 탄압을 하고 있어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마이클 마야 IBA 북미 사무총장은 기독교인에 대한 북한 당국의 탄압이 제노사이드, 즉 대량 학살에 근접하는 수준이라며 기독교인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범죄에 대해 더 많은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마야 총장은 “북한은 기독교인들이 살기 좋지 않은 최악의 국가”라며 “북한 당국의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가 제노사이드로 규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못하지만 제노사이드에 준한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COI 위원장도 녹화영상을 통해 “기술적인 조건과 문제 등이 고려돼 COI 보고서에서는 북한 당국의 행위를 집단학살로 규정하지 못하고 반인도범죄로 규정했다”며 “COI 보고서의 적절성과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리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도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 인권의 책임은 북한 당국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한국 정부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정부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도 불참했습니다. 솔직히 그동안의 모습은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 인권을 북핵 해결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로 설정하고 북한 인권 대사 임명,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어 권 장관은 “한국 정부는 북한인권재단이 설립할 때까지 이 역할을 대신할 북한인권증진위원회를 설립했다”며 “또한 조만간 정부의 첫 북한인권 관련 공개 보고서인 북한인권현황 연례보고서도 발간해 북한 인권의 실상을 제대로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