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북 귀국자 가족, 코로나로 혈육과 연락 두절”

사진은 지난 2003년 일본 니가타 항에 정박한 만경봉호 앞에서 납북자 가족들이 시위를 하는 모습.
사진은 지난 2003년 일본 니가타 항에 정박한 만경봉호 앞에서 납북자 가족들이 시위를 하는 모습.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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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국제 우편물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일본 등지의 북한 귀국자 가족들이 1년 이상 혈육의 생사를 몰라 안타까워 한다는 소식입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의 언론매체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일본 오사카와 교토 등을 포함하는 간사이 지방에 거주하는 재일교포 P씨는 북송선을 타고 북한에 간 가족과의 서신이 지난해 1월 이후로 끊겨 이들의 생사를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시마루 대표: 이 P라는 분은 1960년대 초반 8명의 형제∙자매와 부모님이 북한으로 귀국해서 혼자 일본에 남은 분입니다. 북한도 방문하면서 북한 (가족들의) 생활이 대단히 어렵고 일본에서부터 친척의 지원이 없으면 (그들이 삶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1년 이상 편지가 안 되고 송금도 안되는 걸로 봐서 혹시나 자기 육친(혈육)들이 코로나 때문에 국경이 봉쇄되면서 완전한 이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가족 중 유일하게 일본에 남은 P씨가 지난 60여 년을 직장에 다니면서 부업까지 해 모은 돈으로 북한 내 가족을 지원해 왔지만, P씨의 여동생 한 명은 1990년대 대기근 중 안타깝게 아사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지난해 1월 말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번지자 즉각 북중 간 인적 왕래를 금지하고 대부분의 북중 무역을 차단하면서 편지와 소포 등 우편 업무까지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이에 일본 우체국에서는 지난해 여름 경 북한에 보내는 우편물 수취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공지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1960년 북송선을 타고 북한에 갔다 2003년 탈북해 이듬해 일본에 정착한 재일교포 가와사키 에이코 씨도 가족의 생사를 몰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가와사키 씨: 제가 제일 처음 일본에 왔을 때에는 (편지) 봉투 하나에 40만엔까지 넣을 수 있었는데 도중에 20만엔, 지금은 최고 10만엔까지 넣을 수 있어요. 현금으로 (편지 봉투에) 넣어서 보내면, 본인이 직접 평양 우체국에 가서 봉투를 받는데 그 앞에서 뜯어서 그 안에 들어 있는 돈의 5퍼센트를 국가에 바쳐요. 지금은 일체 못가니까, 안타까운걸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고, 난 그래서 밤에 잠을 못자. 자식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니까…

가와사키 씨는 북송된 재일 교포는, 북한 당국은 물론 주민들에게 조차 차별과 멸시를 당하며 탄광촌 등에서 최하층 생활을 하고 있어 자신과 같은 일본 가족의 생활 지원 없이 이들이 어떻게 코로나19 경제난을 버틸 지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1959년부터 1984년까지 9만 3천 여명의 일본 내 재일 교포들과 일본인 처를 포함한 가족 등이 이른바 '귀국선'을 타고 북한으로 갔습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이른바 조총련이 일본에서 차별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재일 교포들에게 북한이 '지상 낙원'이라고 속여 북한으로 향하라고 선전했기 때문입니다.

한편, 1970년대 가족과 함께 북송선을 타고 북한에 갔던 J씨도 일본의 지인을 통해 북한에 두고 온 자녀들과 서신을 주고 받고 송금도 해 왔지만 역시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지난해 북한 당국은 코로나를 이유로 평양에 주재하는 외국인들의 출국을 종용하면서 북한 내 러시아 국영통신 타스와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사 주재원이 철수한 점도 지적했습니다.

중국 신화사도 지난해 주재원이 철수 했다는 정보가 있었지만, 베이징 본사에서는 철수 여부에 대해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다만, 신화통신은 인터넷 판에 독자적 기사나 사진은 없이 북한 매체 인용 기사 등을 게재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그러면서 지난 20여 년간 북한 취재를 해오고 있지만 북한 내부에 대한 정보가 이처럼 오랜 기간 통제되고 제한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일본의 대북인권단체 '노펜스'의 송윤복 사무국장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코로나19 방역을 북한에 코로나를 확산시켜 북한 체제 붕괴를 노리는 적들과의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