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국회의원들, 대북전단금지법 시행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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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이 시행된 가운데 한국의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들이 해당 법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에서 최근 개정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의 시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탈북민 출신의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대북전단금지법 시행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여당이 해당 법률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정보접근권을 무시했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지 의원은 이날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법의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대북 저자세와 직결된다"며 "대북전단금지법은 한국 헌법과 시민정치적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따른 의무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지 의원은 '대북전단의 경우 남북교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규율할 수 없다'는 한국 통일부의 입장이 지난해 6월 김여정 당 부부장의 담화 이후 바뀌었다고 지적하며 한국 정부와 여당이 북한에 굴종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지 의원은 한국 통일부가 대북전단금지법의 해석 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국제사회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지 의원은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이유를 거론하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대북전단금지법으로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잃어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대북전단금지법으로 인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떨어졌다고 비판했습니다.

태 의원은 조만간 미국 의회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에서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한 의제가 다뤄진다고 언급하며 "중국, 나이지리아 등 인권 후진국의 문제들이 주로 다뤄졌던 랜토스 위원회에서 한국의 법률과 관련한 의제가 오른다는 점은 한국의 위상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태 의원은 "한쪽에선 한국의 인권 악법을 우려하는 위원회가 열리고 다른 한쪽에선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다루는 회의가 소집될 예정"이라며 "남북이 동시에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는데 이는 북 한에 무조건적인 저자세로 일관한 한국 정부의 책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내에서는 대북전단금지법 시행에 대해 반발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내 시민단체인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는 오는 31일 한국의 대검찰청 앞에서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한 진정을 각하한 국가인권위원회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을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법세련은 지난해 12월 대북전단금지법이 인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취지의 진정을 국가인권위에 접수한 바 있습니다. 이와 함께 국가인권위가 국회에 대북전단금지법 폐기와 해당 법의 통과에 관여한 국회의원들에 대한 인권교육을 권고해달라는 요청도 했습니다.

이에 국가인권위는 최근 법세련 측에 관련 진정을 각하한다는 통지문을 보냈습니다. 국가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 30조와 32조에 따라 해당 진정이 국가인권위의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이를 각하했다고 밝혔습니다. 입법 행위의 경우 국가인권위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종배 법세련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국가인권위는 해당 진정을 각하했더라도 대북전단금지법이 인권 침해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놔야 했다"며 "이런 입장 표명조차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종배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 대표: 국가인권위는 그동안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진정을 각하하면서도 관련 의견은 표명해왔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국가인권위가 각하는 하더라도 대북전단금지법의 인권침해 부분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을 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또 그게 의무적인 것으로 보고요. 국가인권위가 그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판단하고 고발할 예정입니다.

한국 내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한변은 이날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효력정지 신청과 헌법소원 제기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는 104차 화요집회를 열었습니다.

앞서 한변 등 한국의 27개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에 대북전단금지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한변은 이날 집회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규정하며 "북한 주민이 세계 최악의 인권침해로 신음하는 가장 큰 원인은 표현의 자유, 즉 정보접근의 차단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한변은 "헌법재판소가 한국을 인권 침해국으로 낙인 찍는 이 악법의 시행을 방치하는 것은 스스로 그 존재 의의를 부정하고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라며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효력정지 신청과 헌법소원에 대한 헌재의 결정을 촉구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표는 "김여정 당 부부장이 강도 높게 한국을 비난하는데도 위헌 소지가 있는 대북전단금지법을 시행한 한국 정부와 이를 뒷받침한 여당의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