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이 법률로 확정되기에 앞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재가, 공포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한국 내 27개의 북한인권단체들이 문 대통령에게 해당 법안을 거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은 22일 오전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한변이 한국 국회 앞에서 개최한 화요집회에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이 한국의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게 이같이 위헌 소지가 있는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 이를 바로잡으라고 촉구했습니다.
한국 헌법 53조에 따르면 한국의 대통령은 한국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에 대해 이의가 있을 경우 15일 이내에 해당 법률안을 국회로 되돌려 보낼 수 있습니다.
김태훈 한변 회장은 이 자리에서 "국제사회도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헌법 수호의 책무가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위헌적인 법률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북한 주민들은 먹고 싶은 식량보다도 듣고 싶은 것을 듣고,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여기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이 증인입니다. 그래서 풍선을 통해 북한으로 (전단을) 보내는 겁니다.
이날 화요집회에 참석한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은 "대북전단을 보고 탈북을 결심했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민복 대북풍선단장: 라디오, 인터넷이 허용되지 않는 땅에서 한국으로부터 오는 전단을 통해 한국전쟁의 진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탈북했습니다. 한국전쟁을 한국과 미국이 일으켰다고 주장하는 북한 정권의 진상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지난 2005년 한국에서 최초로 북한인권법을 발의한 바 있는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 금지법을 통해 북한 주민들과 한국 국민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북전단 금지법이 법률로 확정되기에 앞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재가, 공포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은 해당 법률안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인단을 구성해 놓은 상황입니다.
헌법소원 청구인단에는 물망초, 과거청산통합연구원,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북한민주화위원회, 북한인권시민연합, 북한전략센터,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등 27개 민간 단체들이 참여했습니다.
단체들은 이날 내놓은 공동 입장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아직 해당 법률안을 국회로 돌려보낼 시간이 남아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초 단체들은 해당 법률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재가, 공포 절차가 22일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날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22일 현재까지 해당 법률안이 공포되지 않으면서 단체들은 이 같은 일정을 연기한 상황입니다.
단체들은 "헌법소원 제기를 위한 대기 상태를 유지하며 다시 관련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내 일각에서는 대북전단 금지법의 공포 시점을 오는 29일로 보고 있어 단체들은 이에 따라 헌법소원과 효력중지 가처분 신청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27개 단체들은 대북전단 금지법에 한국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해당 법률안으로 인해 제3국을 통한 USB와 같은 보조기억장치, 도서 등을 북한으로 들여보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단체들은 "대북전단 금지법은 최소한의 쌀, 의약품 지원에 대해서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만든 반인도적인 법률"이라며 "통일부가 제3국에서의 전단 등 살포 행위를 적용대상에서 배제하는 해석 지침을 (별도로) 제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대북전단 금지법이 졸속입법 사례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지난 15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에 대북전단 금지법이 제정돼도 대북전단 살포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이 법안이 시행된다고 해도 대북전단 보내는 것은 변함이 없을 겁니다. 해당 법안 같은 것이 한번 통과되면 대북전단을 10번 보내고, 그런 법을 10번 만들면 100번이라도 보낼 겁니다.
이런 가운데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22일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전단 등 살포 규정 해석지침'을 제정해 "제3국에서 전단 등을 살포하는 행위는 대북전단 금지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날 국무회의 심의·의결까지 통과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 즉 대북전단 금지법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공포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당 법률안은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시점부터 시행됩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말쯤이면 대북전단 금지법이 시행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북전단 금지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살포 행위 등 남북합의서를 위반하는 행위를 할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약 2만 7000달러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