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과 미국의 '북한인권법 재승인법'의 내용이 일부 충돌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다만 미국은 자국의 법안 내용이 아닌 국제법에 의거해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문제점을 제기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가 지난 29일 공포한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등의 살포 행위로 남북합의서를 위반하는 행위를 할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약 2만 7000달러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에서 적시한 '전단 등'은 보조기억장치를 포함하며, 보조기억장치는 USB 메모리, 즉 휴대용저장장치나 DVD 등을 가리킵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 재승인법(North Korean Human Rights Reauthorization Act of 2017)'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대북 정보유입 방법으로 USB, 즉 휴대용저장장치와 소형 SD카드 등의 전자매체를 제시했고, 정보유입을 위해 2022년까지 매년 미화 3백만 달러의 보조금 지급을 승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미국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정보 유입 사업을 한국 정부가 제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법안이 직접적으로 충돌한다고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미국 국무부의 지원단체들 상당수가 한국인 및 한국 단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일례로 미국 정부의 자금을 지원받는 한국 단체가 남북한 접경지역에서 USB, 즉 휴대용저장장치를 북한에 반입하는 활동을 벌이는 경우, 두 법안이 충돌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조정현 교수도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두 법안이 내용상 충돌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미국이 자국의 법안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한국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미국이 지원하는 단체가 한국법상 처벌을 받는 등 법안 내용이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미국과 한국이 서로 각국의 국내법을 이유로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그러나 조 교수는 미국이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당사국으로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면 또 다른 이 규약의 당사국인 한국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 교수는 한국 헌법 제6조 1항이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어, 대북전단금지법이 국제법에 의거해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아만다 모트웻 오 변호사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두 법안이 내용상 대립한다기보다, 대북정보유입과 관련한 두 법안의 의도가 대립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대북전단금지법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미국 의회의 노력과 저촉된다"며 대북전단금지법은 한국과 미국이 공통의 가치를 갖고 있다는 생각에 의문을 자아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 변호사는 또 대북전단금지법이 미국의 북한인권법 재승인법을 시행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한국 언론은 지난 29일 미국 의회 내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이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한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청와대가 태스크포스(TF), 즉 전담반을 구성해 미국 국무부에 청문회 개최를 막거나 미루도록 의견을 개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29일 보도내용과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 질의에 "사적인 외교적 대화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We don't comment on the details of our private diplomatic conversations.)
그러면서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정보 유입을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한편, 대북전단금지법과 북한인권법 재승인법의 내용이 충돌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 논평 요청에 주미 한국대사관은 31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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