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만성적인 식량난과 한파가 겹친 북한에서 실종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행방불명자의 대부분이 굶어 죽거나 동사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법당국은 실종자 수배 자료를 배포하는 등 엉뚱한 짓을 하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19일 “요즘 영하 20도의 매서운 추위가 닥치면서 갑자기 행방불명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혹한 속에 식량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가 굶어 죽거나 얼어 죽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주민 증언: 어제 오전에 시체를 발견했는데, 그저께 밤이 되죠(사망 날짜). 역전앞에서 남자애 하나가 옷이 다 이렇게(헤쳐지고), 배 다 드러내고 죽은 시체를 봤어요, 지나가다가. (요즘) 그런 꽃제비 죽은 시체가 때때로 자꾸 나타나요...
소식통은 “요즘 하루 한 끼 먹을 식량이 없어 한지로 떠도는 꽃제비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주로 역전 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빌어먹거나 훔쳐 먹으며 버티던 꽃제비들이 죽은 시체로 발견되고 있다 ”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해당 지역 안전부에서는 주민들에게 ‘사회주의 영상을 흐리는 꽃제비들을 제때에 신고해 구호소에 보낼 것’을 주문했다”면서 “이에 주민들은 꽃제비를 없애려면 그들을 먹일 식량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당국이 혹한기에 절량세대의 식량문제해결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없이 사회주의 영상타령만 하고 있다며 비난한다”면서 “한 끼 식량이 없어 굶어죽을 지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사회주의 영상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떠돌아다니는 꽃제비를 신고해 구호소에 보내면 그곳에서도 식량이 없어 굶기 때문에 대부분이 구호소를 탈출한다”면서 “구호소조차 그들을 먹이지 못하고 냉방에 가둬 놓는데 그냥 남아 있다가는 굶어 죽거나 얼어 죽기 십상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황해북도의 한 사법기관 간부소식통은 같은 날 “요즘 겨울 추위가 닥치고 식량사정이 악화되면서 행방불명된 주민들이 늘고 있다”면서 “이에 사법당국에서는 행방불명된 주민을 찾는다며 그들의 인적사항이 적힌 전단지를 각 지역 안전부와 인민반에 돌리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영양실조에 시달리던 한 노동자가 지난 7월 가출해 소식이 두절됐다가 적발됐는데, 11월 다시 행방불명된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그런데 다섯 달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자 해당 군 안전부에서 지난 달부터 그를 포함한 다섯 명의 행불자 신원을 공개수배자로 지정하고 관련 자료를 배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승호리 세멘트 공장에 다니던 노동자 김씨는 행방불명 되기 전 식량이
떨어져 영양실조에 걸린 채 고통을 받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면서 “잘 걷지도 못하는 사람이 갑자기 사라졌다고 범죄자 취급하며 수배령을 내린 안전부의 처사에 주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승호군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행방불명된 주민들이 늘고 있는데 대부분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주민들이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산속 움막이나 해안가에 숨어 살면서 사냥과 해산물 채취로 연명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사정이 이런데도 사법당국에서는 모든 행불자를 국경을 넘어 탈출하려는 범법자로 지목하고 수배령을 내린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수배지를 국경지역에 우선 보낸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사법당국의 행불자 수배명단이 거의 매달 주민들에게 전달되고 있다”면서 “당국은 사회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주민들의 협조를 요청한다고 하지만 수배명단을 접하는 주민들은 ‘오늘도 또 몇 명의 주민들이 먹고 살기 위해 외지를 헤매고 있거나 굶어 죽었겠구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