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3월8일은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 유엔이 정한 세계여성의 날입니다. 북한에서도 이날을'국제부녀절'이란 이름으로 기념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북한 여성들은 당국의 차별과 여성인권에 대한 무관심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북한 여성의 인권실태, 손혜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장사 물품 빼앗는 안전원에 사생결단 맞서
지난 5일, 함경북도 무산군에서 기름튀기(튀김) 장사를 하던 한 40대 여성이 장사 물품을 통째로 회수(압수)하려는 안전원에게 사생결단으로 항의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현지 주민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에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현지 주민 :"담배 한 갑 고이고 (장사물품)찾는 건 참을만 한데, (안전원들이)무작정 뺏자고 접어들잖아요. 그러면 완전 사생결단하고 달려들지. 안전원이라는 게 여자보고 개간나 새간나하며 그러니까 '개새끼야 내가 니가 낳은 새끼니 니가 낳은 간나니'하며 난리 난리였지. 함부로 간나 간나하며 뺏으니 막 달려들어 뜯지, '개새끼야 날 죽여라'...이제는 순순하게 안 당해요. 단속하면 해악질하지(악을 쓰지)"
길거리에서 기름튀기 장사를 한다는 이유로 안전원과 순찰대가 단속한 건데요. 소식통에 의하면 기름튀기 장사로 4인 식구를 먹여 살리던 이 여성은 장마당 매대를 살 돈이 없어 거의 1년 째 길거리 장사로 가정의 생계를 버텨왔다고 합니다.
사법당국이 길거리 장사를 단속할 때마다 여과(필터)담배 한 갑씩 사다 바치며 장사를 이어왔지만, 이날은 기름튀기를 팔지 못하다 보니 담배 뇌물을 바치지 못하고 장사물품을 빼앗긴 것입니다. 분노가 터진 여성은 “차라리 날 죽여라”라면서 안전원에 달려들자 옆에 서 있던 순찰대가 당황해서 이를 저지하느라 안간힘을 썼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사법당국의 장마당 통제에 순종해왔던 어진 여성이 생존권을 위협하는 안전원의 횡포에 더는 참지 못하고 맞서는 장면을 수많은 주민들이 지켜보았는데요. 주민들은 “속이 시원하다. 이제는 여자들도 순하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이달 초, 평안남도 은산군에서도 집 앞 골목에서 여과담배 장사를 하던 60대의 여성이 지역 담당안전원에 단속되었는데요. “담배장사 하려면 종합시장에서 하라며 트집을 잡아 담배를 회수하자 담배 팔던 여성이 필사적으로 안전원에게 달려들었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담배상품을 통째로 회수해 가져가려는 안전원의 옷을 붙잡고 담배를 돌려달라며 대항하던 60대의 여성은 안전원에게 폭력을 당하게 되었는데요. 이에 화가 난 여성의 남편이 안전원의 멱살을 잡고 “왜 내 노친네 때리느냐”며 달려들면서 안전원의 정복 소매가 찢어졌다는 것입니다.
현지 주민 : "(담배 뺏기고)노친네가 가만있겠다고 할게 뭐에요? 담당 안전원에게 네 딴 새끼가 뭐길래 띠따(계속) 쌈하고 영감까지 나와서 그거(안전원) 멱투시 잡고 노친네는 안전원 옷을 붙잡고 막 싸우는데 어떻게 팔이 (안전원 옷소매)떨어져나가는지..."
주민들 앞에서 망신당한 안전원은 담배장사 부부를 사법성원의 옷을 찢고 맞섰다는 ‘죄’로 안전부 대기실에 수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개월의 노동단련대 형이 떨어졌다는 소식에 주민들 속에서는 “나라의 법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사람 잡이에 이용된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현인애 교수는 가부장제사회인 북한에서 남자는 국가이고 권력이어서 여성들은 남자들에게 대들지 않았는데, 이제는 여성들이 안전원이나 국가기관에 맞서는 현상, 남성위주의 공권력에 저항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현인애 교수 :"북한에서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들이잖아요. 이제는 여성들이 가정을 유지하면서 지위는 올라가지만 경제활동을 하는 것에 비하면 실제 여성들의 지위는 낮습니다. 그럼에도 이전보다는 여성들의 발언권이 높아지니까 안전원한데 맞서거나 이런 인식이 확대되는 양상으로 보입니다."
" 수갑을 벗기라 " 국가보위부 인권유린에 항의
함경북도 길주군 홍수리에서는 인권을 짓밟는 국가보위부에 항의한 여성들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 1월 중순, 홍수리를 담당하는 국가보위부지도원이 지구반장 여성들에게 주민대장부와 행방불명자 서류를 작성해 바치도록 지시하였는데요.
소식통에 의하면 그 중 두 명의 지구반장 여성이 해당 서류를 제때에 바치지 못하자 보위부지도원은 그들을 불러내 보위부 지시를 거역했다며 다짜고짜 무릎을 꿇고 앉도록 하였다고 합니다. 지구반장 여성들이 “무슨 죄가 있어서 죄수처럼 무릎을 꿇게 하냐”며 거역하였으며 이에 화가 난 보위부지도원이 이들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현지 주민: "자기네 서류하라는 거 바로 안했다고 있제, 세상에 그 개새끼 같은 게 보위부지도원실에 무릎 꿇어 앉혀놓고 족쇄(수갑) 채워놓고 막 이랬단 말이... 지역반장이 보통여자들이 아니니까 달려들었지, 지역반장이라는 게 열 개 인민반을 책임진 여자들인데..."
지구반장 여성들이“족쇄(수갑)를 벗기라”며 항의했으나 보위부지도원의 인권 유린은 멈추지 않았으며, 한 시간 이 지난 후에야 지구반장 여성들은 족쇄를 벗기고 집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소식통은 “집으로 돌아온 여성들은 다음 날 보위부지도원의 인권 유린행위를 군당 신소과에 제출했으나 군당에서는 깔아뭉갰다”면서 “그러나 이들은 다시 지난 2월 중순 중앙당에 신소해 결국 그 보위부지도원의 정복을 벗겼다(해임시켰다)”고 전했습니다.
현지 주민 : "중앙당에 신소하고 난리쳐서 중앙당에서 내려와서 지지구 볶구 휘딱 번져졌다니까.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니 여자들 족쇄 채우면서...끝내 우라까이(간부교체) 됐어요."
중앙당에서 국가보위부 지역 간부를 해임한 것은 김정은체제에 대한 주민 불만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고 특히 사법기관에 의해 자주 발생하는 여성들의 인권침해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조치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동국대학교 윤보영 교수는 김정은이 8차당대회에서 자신은 인민을 위해 결사분투 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당에는 내부를 전면적으로 정리정돈하도록 강조했는데, 이는 반사회주의와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없애고 간부들의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등을 없애도록 하는 것이지만, 뒤집어 해석하면 간부와 일반주민, 남성과 여성에 대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어 이를 방치하면 정부에 대한 원망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