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4 플레이어 유행에 속타는 북한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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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북한 청소년들 속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자제품은 동영상과 음악을 함께 보고 들을 수 있는 MP4 플레이어, 즉 재생기입니다. 밀수로 들여오는 이 손바닥만 한 기계가 학부모들의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코로나 봉쇄가 끝나고 국경에 대한 통제가 느슨해지면서 북한의 밀수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습니다. 2018년경부터 밀수꾼들이 유통시키던 음악, 동영상 재생기 MP4 플레이어도 북한에 다시 유입되고 있는데 요즘 학부모들은 이 MP4 플레이어 때문에 하루하루 속을 끓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8일 “올여름부터 장마당에서 노래도 들을 수 있고, 영화도 볼 수 있는 MP4 플레이어가 암암리에 다시 팔리기 시작했다”면서 “밀수꾼들이 몰래 유통시키는 것인데 초급중학교와 고급중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MP4 플레이어는 크기와 생김새가 손전화(휴대전화)와 매우 비슷하게 생겨 겉으로는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면서 “음악, 영화를 재생할 수 있고 외부 저장장치도 이용할 수 있는 등 기능적인 면에서는 판형 컴퓨터(태블릿)와 크게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가격은 중국 인민폐 500 위안(68.39달러) 정도에 팔리는 북한산 판형 컴퓨터보다 저렴합니다.

소식통은 “MP4 플레이어는 장마당에서 중국 인민폐 180위안(24.6달러)부터 300위안(41달러)까지 값이 다양하다”며 “화면이 작고 저장용량이 16기가 이하인 제품은 중국 인민폐 180~230위안이고, 화면이 손전화 크기이고 저장용량이 32기기 이상인 제품들은 230위안 이상”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도 10일 “초급중학교와 고급중학교 학생들 속에서 MP4 플레이어가 시대적 유행이 되면서 국산 판형 컴퓨터(태블릿)는 찬밥 신세가 되어 버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소식통은 “MP4 플레이어의 유행으로 학부모들이 하루하루 피를 말리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우선 구매 가격이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소식통은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 장마당에서 현재 쌀 1kg에 중국 인민폐 6.5위안(0.89달러)인데 학생들이 요구하는 MP4 플레이어는 보통 중국 인민폐 250위안 이상으로 쌀 38kg에 달하는 금액”이라며 “MP4 한 개 값이 웬만한 가정에서 한 달 치 식량 가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소식통은 “학생들이 국산 판형 컴퓨터가 아닌, 중국산 MP4 플레이어를 요구하는 이유는 외국 음악이나 영화, 소설을 자유롭게 접하기 위해서”라며 “국산 판형 컴퓨터는 중국산 MP4 플레이어에 비해 값도 비싸지만, 국가에서 허용하지 않는 음악이나 영화, 소설을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불법이라 해도 한국 음악이나 영화는 단속과 처벌이 매우 심한데 비해, 문서 파일로 저장된 외국 소설이나 게임은 단속에 걸렸다 해도 처벌 강도가 매우 약하다”면서 “일부 학부모들은 자식들이 불법적인 외국 소설을 보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눈 감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외국 소설을 읽는 것은 불법이지만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읽는 외국 소설이 “시야를 넓혀주고 지능을 발전시켜 준다”고 믿어 크게 통제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소식통은 “MP 플레이어4는 밀수로 들여 오는 물품이기에 단속될 경우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더욱이 학생들이 MP4 플레이어로 한국음악이나 한국영화를 시청하다 들킬 경우 자식들에게 MP4 플레이어를 사준 부모들도 크게 처벌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학생들의 경우 17세 미만은 미성년이기 때문에 처벌을 받지 않지만 부모들이 대신 처벌을 받기 때문에 자녀들이 불법 영상물이나 한국음악을 든는 것을 우려한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자식들에게 MP4 플레이어를 마련해 주지 못한 학부모들은 늘 자기 아이가 학교에서 따돌림 받고 밀리지 않느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면서 “학부모의 심정에서 MP4 플레이어는 자식들에게 사줘도 문제, 사주지 못해도 문제인 그야말로 골칫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