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피격 공무원 아들, 해경청장 고소

김홍희 해양경찰청장(가운데).
김홍희 해양경찰청장(가운데). (연합)

0:00 / 0:00

앵커: 지난해 서해 수역에서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이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을 고소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해 북한 수역에서 피살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 씨의 아들 이 모군은 8일 김홍희 한국 해양경찰청장을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와 사자 명예훼손죄로 고소했습니다.

유족 변호를 맡은 김기윤 변호사는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국가인권위 결정 이후 유족 측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부득이 형사고소까지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 아들 이 모군은 지난 7월 15일 해경이 아버지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해경청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앞서 국가인권위는 7월 7일 “해경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인의 사생활을 상세히 공개하고 정신적 공황상태라고 표현한 행위는 피해자와 유족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참해한 것”이라며 해당사건 실무를 담당한 관계자들에게 경고 권고 조치를 내렸습니다.

북 피격 공무원 유족 측 김기윤 변호사 :해경에서 인권침해했다고 결정난 이후에 우리에게 사과를 하라는 취지로 해경청장과 간부들을 같이 묶어서 돌아가신 날짜인 2020년 9월 22일과 같은 숫자인 2020만 922원을 청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족들이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형사고소까지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김 변호사는 또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 해경의 중간수사 발표가 고인의 채무 액수를 부풀렸고 고인이 정신적 공황상태라는 표현도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하지 않는다는 게 드러났다”고 비판했습니다.

지난해 사건 발생 당시 해경은 피해자에게 도박 빚이 있었고 정신적 공황상태로 인해 월북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근거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북 피격 공무원 유족 측 김기윤 변호사 :올해 7월달에 국가인권위에서 그동안 조사한 결과 해경에서 말한 도박 빚과 채무가 상당히 부풀려져서 허위로 발표했다. 그리고 정신적 공황상태는 7명 중 한 명만 그런 의견을 제시했는데 마치 피해자가 정신적 공황상태가 온 것처럼 발표를 했다는 게 드러나서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고발한 것입니다.

이날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피해자 아들 이 모군에게 ‘항상 함께 하겠다’,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하는 편지를 보낸지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피해자 전 부인 권 모씨는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대통령 약속을 한 줄기 희망처럼 여기며 믿고 기다렸지만 진실 규명과 명예 회복에는 한 발짝도 다가서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권 모씨는 또 “지난 2월 변호사를 통해 아들 이 모군과 대통령을 면담하고 싶다고 청와대에 메일을 보냈지만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권 모씨는 “지금까지 정부에서 먼저 만남을 주선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 피격 공무원 전 부인 권 모씨 :제가 2월 달에 변호사를 통해서 청와대 쪽에 메일을 보냈어요. 아들과 같이 대통령 한 번 면담을 하고 싶다고. 그런데 그에 대한 답변 메일이라든지 그런 것이 아무 것도 전혀 없었어요. 거기에 대한 답변도 없으시고 아무런 연락도 없으셨어요. 나라에서 먼저, 정부에서 먼저 만남을 주선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한국의 야당 측 인사들도 이날 정부의 진실규명을 촉구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권 모씨의 1인 시위 현장을 방문해 “문 대통령이 지난 1년 동안 어떠한 진상 규명도, 사과도, 명예 회복도 해주지 않았다”며 “결국 1년 전 대통령이 보낸 편지는 국민을 속이는 쇼였다”고 비판했습니다.

안 대표는 권 모씨에게 “반드시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진상이 규명되는 그날까지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제1야당 국민의힘의 조태용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정부가 여전히 수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아들에게 한 약속은 휴지조각이 된 지 오래”라고 지적했습니다.

조 의원은 “사실 규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월북자 가족이라는 오명 속에 힘든 나날을 보내는 유가족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다”며 “이제라도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한편 해경 측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간수사 발표는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확인된 사실을 발표한 것이며 명예를 실추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해경 측은 ‘유족들이 아픔을 느낀 부분이 있었다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현재 사건이 수사 진행 중에 있음으로 인권위 결정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홍희 해경청장은 지난 9월 7일 유족들에게 “해경의 수사 발표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발표한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바 있습니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실이 지난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경은 피해자의 명예 회복을 위해 아직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는 상황입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