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북한인권단체인 물망초가 한국전쟁 당시 북한·중공군 등이 저지른 학살·납치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전쟁 당시 경남 합천에서 북한군에게 납치돼 돌아오지 못한 경찰관 최 모 씨.
당시 21살이었던 아내와 10개월짜리 딸은 그 후 70년 넘도록 남편, 아버지와 재회하지 못한 채 힘든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최 모 씨 (납북 피해자 가족):경찰을 다 해친다고 하니 고향에 숨어 있었는데, 동네 사람이 '저 집 아들이 경찰을 하다가 숨어있다'고 알렸나봐요. 그래서 조사만 받고 오신다고 했는데 그 길로 소식이 없거든요.
충남 제천 한 마을의 이장이었던 신 모 씨는 인민군에 붙잡힌 뒤 20일 넘게 고문을 당하고 그 후유증으로 사망했고, 경기도 양주군에 살던 이 모 씨도 인민군에게 끌려가 마을 뒷산에서 총살을 당했습니다.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물망초’는 18일 이처럼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과 중공군 등이 저지른 학살·납치 사건의 진실 규명과 보상을 요청하는 신청서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차동길 '대한민국 적대세력에 의한 피해신고센터' 센터장:북한 인민군이나 중국 공산군에 의해서 피해 입으신 분들에 대해서 국가가 전혀 책임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분들을 더 이상 역사의 조난자로 남겨놓을 수는 없다, 이 분들을 국가가 책임질 수 있도록, 국민이 인식할 수 있도록 부각시켜야겠다는 차원에서 신청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물망초에 따르면 이날 제출한 사건 10건은 한국전쟁 당시 발생한 생명과 신체에 대한 침해 사건으로 접수된 피해 사례 150여 건에서 추려낸 것으로, 향후에도 수 차례에 걸쳐 신청서를 추가 제출할 방침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신고된 사례들은 대부분 조부모나 증조부모, 형제·자매들이 경찰, 군수, 지주였다는 이유로 살해되거나 납북됐던 사건으로, 지금까지 한 번도 법적으로 진실이 규명되거나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은 적이 없던 사례들입니다.
해당 사건의 후손들은 피해를 입고도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오히려 숨어 지내야 하는 경우가 흔했다는 것이 물망초 측의 설명입니다.
차동길 '대한민국 적대세력에 의한 피해신고센터' 센터장:국가가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후손들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피해자가 돼서 살아왔으니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국가가 명예회복과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망초는 그동안 한국 정부가 민주화운동 등에 대해서는 개별 법률을 통해 진상규명과 보상을 진행해 왔지만,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과 중공군 등 이른바 대한민국 적대세력으로부터 받은 피해에 대해서는 진상규명이나 손해배상을 인정한 예가 없다며 이번 사례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박영선 물망초 이사장 :저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평생을, 자신들의 거주지까지 옮겨가면서 살아야 했던 피해자들을 위해서 그들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물망초는 앞으로도 지속해서 피해 사례를 수집해 규명과 보상을 신청할 것이라며, 이날을 포함해 다음 달 1일과 29일, 10월 20일에도 과거사위원회에 연속적으로 신청서를 접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