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권운동25주년] ④“북인권 국제적 공론화에 큰 공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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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지난 1996년 5월 한국 최초의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창립됐습니다. 그 이후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삶을 개선시키려는 다양한 활동이 한국과 국제사회에서 확산되기 시작했는데요. 이 같은 활동이 올해로 25주년을 맞았습니다. 이에 자유아시아방송과 북한인권기록관건립추진위원회는 그동안 이뤄진 활동들을 재조명하고 향후 방향을 제언하기 위한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순서로 해외 인사들의 한국 내 북한인권운동에 대한 평가와 제언을 들어보겠습니다.

서울에서 서재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해 활동해온 인사들은 한국 내 북한인권운동이 지난 2013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즉 COI 설립 및 2014년 COI 보고서 발간과 함께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NED)의 칼 거쉬먼 회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고(故) 윤현 전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이 지난 1998년 북한의 인권침해 문제를 유엔 인권 증진 및 보호에 관한 소위원회에서 주목받게 한 이후부터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은 정치범 수용소와 같은 북한 내 끔찍한 인권침해 실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높이는데 성공해왔다고 밝혔습니다.

거쉬먼 회장은 이와 함께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이 애드보커시 활동, 즉 북한인권옹호 활동 외에도 북한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 침해 사건을 꾸준히 기록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노력이 없었다면 COI가 확인한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증거가 거의 남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휴먼라이츠워치(HRW) 리나 윤 선임연구원도 가치에 기반한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이 애드보커시 활동과 북한인권 침해 기록을 통해 수많은 북한 출신 피해자들에게 발언권을 주고 COI 설립과 유엔의 지속적인 노력을 지지하고 촉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영국에 기반을 둔 세계기독연대(CSW)의 벤 로저스 동아시아팀장은 한국 내 탈북민단체와 북한인권단체가 없었다면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도는 현재보다 현저히 낮았을 것이라며 이들이 기여한 바는 매우 크고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캐나다 인권단체 한보이스의 공동설립자인 잭 김 변호사는 한국 내 단체들이 가장 먼저 북한인권문제에 관여했으며 COI 보고서 발간과 같은 북한 인권 운동의 가장 큰 이정표를 세우는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 2013년 유엔 인권이사회가 설치한 COI는 2014년 발표한 북한인권 최종 보고서에서 북한 내에서 광범위한 반인도적 범죄가 지속적으로 자행되어 왔음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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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이 13일 성통만사(PSCORE)가 개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성통만사 화상 세미나 화면 캡쳐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지난 1월 13일 성통만사 화상회의): 북한에서는 갖가지 인권침해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 권리와 시민권의 침해가 그것입니다. 그런 인권침해의 발생 현황이 COI 보고서에 담겼습니다.

해외 인사들은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이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내에선 지난 2000년대 초부터 북한에 정보를 들여보내기 위해 민간 차원의 대북전단 살포와 대북라디오방송 등이 진행돼 왔습니다.

거쉬먼 회장은 인권단체들이 라디오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독립적인 정보를 제공해 북한 주민들이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비판적 사고는 북한의 개방과 정치·경제체계 개혁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리나 윤 선임연구원은 일부 단체들이 라디오 방송과 휴대용 보조기억장치인 USB와 SD카드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 내 탈북민의 삶과 북한 장마당 사업 아이템 등과 같은 맞춤형 정보를 전달하는 중요한 일을 해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같은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 인권 실태는 여전히 열악한 상황입니다. 북한 인권의 개선을 위해선 북한인권단체들이 국제사회와 함께 적극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거쉬먼 회장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며 이는 북한인권단체들의 활동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과 정부 차원뿐 아니라 국제인권단체와 기술업계의 관심이 필요하며 특히 한국 정부도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북한인권단체의 활동을 환영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리나 윤 선임연구원은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18년부터 극적으로 감소했다고 언급하며 세계 각국 정부들이 북한인권을 다시 우선시하고 북한 인권의 개선을 촉구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이 추후에 있을지 모를 책임규명 과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북한인권 침해 관련 기록 보존을 지지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벤 로저스 동아시아팀장은 북한의 경우 폐쇄적이란 특성으로 인해 인권 침해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이슈화하는 것이 어렵다고 지적하며 북한인권을 옹호하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 등의 인식을 제고하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잭 김 변호사는 한국 내 북한인권운동을 통해 북한 인권 상황을 세계에 알리고 인식을 높여 왔다고 본다며 ‘이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북한 내 진정한 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전할 필요가 있다며 대북 정보유입과 같은 일은 매우 가치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실질적인 자료와 증거를 통해 대북 정보유입이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