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 진실화해위에 ‘북 송환거부·강제노역’ 규명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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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북한에 억류된 뒤 탈북한 국군포로들이 북한의 송환거부와 강제노역, 가혹행위 등의 진실을 규명해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서울에서 서재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인 물망초는 24일 김모·이모·한모씨 등 탈북 국군포로 3명이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강제억류된 국군포로들에 대한 진실규명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밝혔습니다.

물망초는 이날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북 국군포로들이 북한의 국군포로 미송환과 강제억류, 강제노역 그리고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북한의 국군포로에 대한 인권유린 등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정확히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탈북 국군포로들은 한국 정부가 국군포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고사하고 기초적인 실태조사마저 시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국군포로와 그 자녀의 명예를 회복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포로들을 전쟁이 끝나고도 송환하지 않는 것은 송환하지 않는 자도 국제법 위반이지만 그 문제를 풀려고 하지 않았던 대한민국도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난 1994년 고(故) 조창호 중위가 북한을 탈출해온 이후 지난 2010년까지 모두 80명의 국군포로가 스스로 한국으로 귀환해왔지만 북한은 지금까지도 국군포로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강제억류 됐다가 지난 2001년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온 국군포로 김모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신청과 관련해 북한에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들이 조국의 품에 안길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며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김모씨 : 11대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의 품에 안겨서 정말 하나 부러움 없이 살고 있는데 밥을 한술, 두술 먹을 때 북한에 생존에 있는 국군포로들이 얼마나 조국을 그리워하겠습니다. 그래서 나는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국군포로들을 생각합니다. 정말로 쥐들도 잡아먹고 이렇게 생지옥 같은 데서…

앞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지난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최소 5만명의 한국군 포로들을 돌려보내지 않았고 그 중 약 500명이 생존해 있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된 북한 인권결의안에도 “송환되지 않은 국군포로들과 그 후손들 대상의 인권침해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혹(allegation)에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탈북 국군포로 김모씨와 물망초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진실화해위 민원실을 방문해 신청서와 국군포로들의 자술서와 대화록 등이 담긴 증거자료를 제출했으며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과도 면담을 가졌습니다.

물망초 측은 정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생존해 있는 탈북 국군포로 대부분이 고령인 만큼 조속히 조사가 진행돼 국군포로의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는데 힘써 달라고 말했으며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해당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2기 진실화해위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 사망과 실종 사건, 적대세력에 의한 테러·인권유린 등 다양한 인권침해를 조사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설립된 독립적인 조사기구입니다. 앞서 1기 진실화해위는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활동한 후 해산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