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문협, ‘북에 승소’ 국군포로에 배상금 지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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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내 북한 저작권료를 관리하는 민간단체가 한국 법원의 추심명령에 따라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탈북 국군포로에게 손해배상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듭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서재덕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7월 북한과 김정은 총비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탈북 국군포로 한 씨와 노 씨.

한 씨와 노 씨는 한국 내 북한 저작권료를 관리하는 민간단체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즉 경문협을 상대로 추심금 청구 소송을 냈고, 두 사람이 건강 문제로 출석하지 않은 가운데 17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선 첫 변론기일이 열렸습니다.

경문협이 20억여 원의 북한 자산을 갖고 있음에도 탈북 국군포로들에게 판결금액을 지급하라는 한국 사법부의 추심명령을 거부하고 있는 만큼 지난해 12월 제기한 추심금 청구 소송을 통해 배상청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소송을 지원하고 있는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 물망초는 이날 변론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추심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경문협의 비인도적 행위를 규탄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송을 제기한 탈북 국군포로들이 고령인 만큼 하루 빨리 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 (원고 가운데) 한 분은 지난달에 폐암 수술을 받고 현재 암 투병 중이시고, 또 한 분은 척추에 6.25 때 인민군으로부터 받은 총알을 지금도…

지난 1994년 고 조창호 중위를 시작으로 2010년까지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귀환한 국군포로는 모두 80명이며 올해 4명이 숨지면서 생존자는 16명이 됐습니다.

경문협 측은 재판에서 원고들이 압류와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의 관리자는 북한 당국이 아니라 10여 명의 소설가 등 개인이라고 주장하며, 과거 개성공단에서도 북한 당국이 아닌 북한 주민 개인에 대한 임금 지급이 이뤄졌던 선례가 있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한 사실 조회를 한국 통일부에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원고 측 구충서 변호사는 개성공단의 근로자 임금과 이 사건의 북한 저작권 사용료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이는 단순히 시간을 끌려는 의도라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한국 법에는 직접 지급 원칙이 있기 때문에 저작권을 임금과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남북경제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볼 여지는 있다며 양측에 의견서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경문협 측은 남북 간 교류협력 사업에서 국가간 합의가 개인 권리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한국 사법부의 입장인데, 한국 통일부가 이에 어떤 입장인지에도 사실 조회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원고 측 엄태섭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삼권분립 국가인 한국에서 행정부에게 사법부 판단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엄태섭 변호사 :심지어 지금 확정 판결이 이미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 묻는다는 것은 그 취지 자체가 굉장히 불순하고 더 나아가서는 피고 북한, 삼권분립에 대한 개념이 없는 북한 측 대리인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주장을 한 것은 아닌가라는 그런 생각까지 해보았습니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11월 19일에 진행될 예정으로, 재판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경우 이날 변론을 마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한국 법원은 지난해 7월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억류돼 강제노역을 한 탈북 국군포로 한 씨와 노 씨가 북한과 김정은 총비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북한과 김 총비서가 이들에게 각각 1만7천여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이후 북한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 중인 경문협을 상대로 한국 법원의 추심 명령이 내려졌고, 이에 대해 경문협은 저작권료가 압류금지 채권에 해당한다며 항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기자 서재덕, 에디터 양성원,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