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보고관, 한국 정부에 “대북전단법, 과잉처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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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엔 특별보고관들이 최근 한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한국의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과도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한국 정부에 해당 법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도 요청했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북한인권특별보고관, 클레멍 불레 평화적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메리 로러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은 지난 19일 한국 정부에 서한( 원문 링크 )을 보내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공개한 서한에 따르면 특별보고관들은 해당 법이 한국 내 표현의 자유에 따른 권리 향유와 여러 시민사회 단체 및 인권 옹호자들의 합법적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30일부터 한국에서 시행된 대북전단금지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 등 남북합의서를 위반하는 행위를 하면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미화로 2만7천 달러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별보고관들은 이번 서한에서 해당 법의 모호한 용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한국 통일부가 법의 적용범위를 구체화한 해석 지침을 발령했으며 법의 주 목적이 접경지역 긴장완화와 주민 보호라는 점을 주목한다면서도, 대북전단금지법이 모호한 표현을 사용해 확대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또 이는 한국 내 여러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정치적 표현과 합법적 활동에 대한 과도한 처벌(disproportionate penalization)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특별보고관들은 “모호하게 정의된 표현은 북한 관련 활동을 벌이는 시민사회 단체와 인권 옹호자들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의 19조와 22조에 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당 규약의 19조는 표현의 자유, 22조는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보고관들은 또 대북전단금지법이 북한 내 정보 접근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우려한다며 유엔 인권옹호자 선언(UN Declaration on Human Rights Defenders)은 국내 및 국제적 차원에서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증진하려는 개인과 단체의 권리를 보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보고관들은 대북전단금지법의 처벌 규정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해당 법 관계자들(mandate holders)에 법의 적용범위가 제한됐다는 점과 처벌 수위가 다른 국내법에 의거한 것임을 구두로 밝혔지만, 법의 모호한 표현에 따라 범죄시될 수 있는 활동 범위를 감안할 때 보고관들은 여전히 해당 법이 규정한 처벌 강도를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특별보고관들은 대북전단금지법이 “과잉처벌 금지 원칙(principle of proportionality in punishment)을 위반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특별보고관들은 한국 정부에 해당 사안들에 대한 추가 정보와 대북전단금지법의 국제인권법 준수 여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또 처벌 대상이 되는 활동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해당 제한이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19조(표현의 자유)에 어떻게 부합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요구했습니다.

한편, 앞서 퀸타나 보고관은 지난해 12월에도 한국 정부에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재고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당시 ‘광고 선전물’, ‘재산상 이익’과 같은 대략적인 묘사나, 여타 규정되지 않은 수많은 활동을 가리키는 전단 ‘등’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금지된 행동을 규정하는 데 요구되는 정확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 인권표준은 표현의 자유가 ‘판단 재량’에 따라 평가돼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