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태국(타이) 여성의 가족이 다음달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납북자 송환 논의를 해달라는 서한을 태국 정부에 전달했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978년 마카오에서 실종된 아노차 판조이 씨.

당시 판조이 씨는 마카오의 한 호텔 직원으로 일하던 중 실종됐습니다. 판조이 씨 실종 사건은 그가 사라진 지 27년 뒤인 2005년, 전직 주한미군 출신으로 월북했었던 찰스 젠킨스 씨의 수기인 ‘고백’이 일본에서 출판되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젠킨스 씨는 ‘고백’에서 판조이 씨가 자신에게 마카오에서 중국계 여성 2 명과 함께 북한 요원들에 의해 납치됐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납북 당한 것으로 알려진 아노차 판조이 씨의 조카인 반종 판조이 씨와 태국의 인권운동가인 토모하루 에비하라 씨가 지난 4일 태국 외무부에 아노차 판조이 씨의 송환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고 태국 현지 언론 사눅(Sanook), 원31(ONE31) 등이 최근 보도했습니다.(윗 사진참고)
서한은 내달 2일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가할 것으로 알려진 북한 리용호 외무상에게 회의 기간 아노차 판조이 씨의 송환을 요구해달라는 내용입니다.
아울러 반종 판조이 씨는 고모인 아노차 판조이 씨가 북한에 살아있다고 확신한다며 태국 정부는 그의 생사 확인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북한은 하루 속히 납치사실을 인정하고 그를 송환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Greg Scarlatoiu) 사무총장은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태국인 납북자 아노차 판조이 씨는 다른 나라 납북자 사례처럼 대단히 중요한 사례”라며 “올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 개최국으로서 납북 피해를 당한 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태국 한 국가만이 납북자 문제를 거론한다면, 북한은 또 무시하고 송환을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북한으로부터 납북 피해를 당한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의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 태국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겠죠. 하지만 태국 뿐만 아니라 북한에 납치된 국민이 있는 다른 국가들의 지원도 필요합니다. 일본 정부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되고, 다른 국가들도 협조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지난 2015년 태국 정부는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자국을 방문했을 때 아노차 씨의 행방을 확인해 달라며 협조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아노차 씨의 생사여부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판조이 아노차 씨를 북한에서 목격했다고 주장한 찰스 젠킨스 씨는 수기 ‘고백’에서 아노차 판조이 씨와 북한에서 친하게 지냈다며, 판조이 씨가 북한의 첩보요원들에게 태국어를 가르쳤다고 소개했습니다.
한편, 태국 외무부와 유엔 주재 태국대표부는 10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아노차 판조이씨의 송환 문제를 거론할 것인지 등을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 질의에 10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