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영국의 학술기관이 남북한 청소년의 정신 건강 상태를 비교했습니다. 탈북 청소년이 가정과 집단에서 겪는 폭력과 이에 연관된 정신건강 문제에 남한 청소년보다 더 많이 노출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과학기술 및 의학분야의 논문과 학술저널 등을 제공하는 영국의 ‘바이오메드 센트럴’(BioMed Central, BMC)이 남한 청소년과 탈북 청소년들이 겪는 가정 및 집단폭력과 이와 연관된 정신건강을 비교한 보고서(Exposure to family and organized violence and associated mental health in North Korean refugee youth compared to south Korean youth)를 17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는 탈북한 청소년이 남한 청소년보다 폭력에 노출되거나 정신적 외상,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발생할 확률이 높고, 정신 건강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Higher rates of violence and trauma, and higher levels of mental health problems were found in the North Korean sample compared to the South Korean sample.)
보고서는 현재까지 탈북 청소년이 겪는 가정 및 집단폭력, 정신건강과 관련한 연구가 알려진 바 없다면서, 이번 보고서는 남북한 청소년을 정신병리학적으로 조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 청소년들은 심리적 급변기에서 오는 정서적 불안에 더해 북한을 이탈하는 과정에서 생긴 외상 후 스트레스, 북한 사회와 다른 남한 사회라는 새로운 문화적 환경과의 괴리감, 가족해체,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모 세대와의 갈등으로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이러한 결과가 탈북 청소년과 남한 청소년 각각 65명에 대한 심층면접과 설문조사에서 가정과 집단에서의 폭력,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등 기타 정신건강 문제를 평가해서 도출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탈북민들을 위한 심리치료와 예방법을 구체적인 요구조건에 맞게 맞춤식으로 고안하고, 탈북민 개인의 정신 건강은 물론 가족 차원의 잠재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의 대표적인 대북인권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Greg Scarlatoiu) 사무총장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남한 청소년에 비해 탈북 청소년이 가정이나 집단 폭력, 정신건강 문제에 더 노출됐다는 이러한 연구 결과는 전혀 놀랍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 이러한 상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북한 주민들은 70년 넘게 김씨 일가 정권 하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러한 연구 결과는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영국의 김주일 국제탈북민연대 사무총장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탈북한 청소년들은 남한에서 겪는 문화적 충격에 의해 마음의 상처가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김주일 사무총장 : 일반적으로 볼 때, 북한 청소년들이 남한의 청소년들에 비해 문화적 충격에 의한 상대적 트라우마가 높은 편이에요. 정신 건강적으로 안정이 힘들 수 있죠.
그러면서 김주일 사무총장은 남한 청소년의 경우는 부모들이 안정된 직장과 경제생활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탈북한 청소년 같은 경우는 부모가 없거나 편부모인 경우 등 안정적인 가정을 갖고 있지 못할 확률이 높아 그럴 경우 많은 탈북 청소년들이 정신적 충격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한국 통일부는 16일 탈북민 보호 기간을 현행 5년에서 최대 1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지난 8월 탈북민 한성옥 씨 모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한국 내 탈북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