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탈북민 출신 여성 박사들이 탈북민들의 한국사회 정착 과정을 분석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 개선방안을 제언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탈북민 보호와 정착지원을 전담하는 남북하나재단이 2일 학술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8명의 탈북민 출신 여성 박사들이 탈북민들의 한국사회 정착을 돕기 위한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조민희 통일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이날 발제에서 현재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직업교육의 실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탈북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전했습니다.
조민희 통일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 너무 많은 교육 과정 보다는 중요한 몇 가지를 현장 체험 위주로 개편해서 지역사회 현실과 연계되는 교육을 해달라는 지적이 가장 많았습니다.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여주 서울기독대학교 사회복지학 박사는 탈북민들이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서 겪은 불안함, 두려움, 고문, 질병 등이 트라우마, 즉 정신적, 심리적 상처로 남아 한국 정착 과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에서 이에 대한 이해와 치유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경숙 연세의대 통일보건의료센터 연구원은 탈북민들이 북한에서 폭력인지도 모르고 겪은 공포정치 또한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경숙 연세의대 통일보건의료센터 연구원 :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하는 일상으로 가득 찬 사회환경. 하라고 시키는 대로 행동해야 하고, 말해야 하고, 웃어야 되고, 침묵해야 되는 상황. 먹으라고 주는 것만을 먹어야 하는 배급 제도. 이렇게 기본적인 인간적 욕구를 거부당하는 경험이 만성적인 트라우마 경험입니다. 감시 속에서 살아야 하고, 누군가의 의심을 사고 고발당하면 정치범으로 몰려가는 상황. 이렇게 잠재적 정치범으로 불안하게 산 경험 자체가 트라우마 경험입니다.
김경숙 연구원은 또 탈북민들을 수혜자, 배우는 자, 돌봄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북한 내 종속적 관계에서 생긴 이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북민과 일반 한국민이 서로 존중하고 모두가 사회 통합의 주체이자 대상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남북하나재단의 정인성 이사장은 이날 축사에서 재단이 한국 내 탈북민들의 사회 진출과 정착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에서 의사로 일했던 탈북민들이 한국에서도 의료인으로 일할 수 있도록, 그리고 탈북민 출신 법조인들을 양성할 수 있도록 한국 내 관계 기관들과 협력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까지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수는 모두 3만3500여 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