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에 의해 피살된 한국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가 미국의 웜비어 부부에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이 씨는 웜비어 부부와 구체적인 연대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서해 상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한국 공무원의 형인 이래진 씨는 22일 미국의 웜비어 부부에게 편지를 보내고 이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굳은 연대”를 맹세했습니다.
2017년 북한에 억류된 지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귀국한 뒤 엿새 만에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의 부모로부터 지난 19일 전달받은 편지에 대한 답장을 보낸 겁니다.
이 씨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앞으로 웜비어 부부와 구체적인 연대 방안, 특히 북한 당국을 상대로 한 대응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래진 씨 : 다음부터는 구체적으로 협의를 할거에요. 어떤 식으로 연대를 할지 그 쪽에서도 방법을 제시해줄 것 같고요. 북한과 어떻게 싸워야 될지 심도있게 논의해야 되겠죠.
이래진 씨는 이날 인터넷 사회연결망인 페이스북에 편지의 전문을 공개했습니다.
이 씨는 편지에서 웜비어 부부의 위로와 지지에 감사를 표하고 “우리는 똑같이 북한 정권의 반인도범죄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며 “무한한 연대의 정”을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공무원이었던 동생은 공무 수행 중 바다에 빠져 30시간 넘게 표류하고 북한군에 발견된 후에는 물 속에서 끌려다니다 총살됐고 시신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불태워졌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더해 북한 정권이 동생을 살해한 이유와 한국 정부가 동생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알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한국 정부에 동생의 죽음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전하며 한국 정부는 오히려 명확한 근거 없이 동생을 자진 월북자로 몰아붙여 명예를 훼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힘겹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웜비어 부부의 편지에 다시 힘을 내게 됐다며 포기하지 않는다면 웜비어 부부가 전 세계에 북한의 만행과 실상을 알린 것처럼 이 사건의 진실도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이 씨는 지난 19일 웜비어 부부의 편지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웜비어 부부는 편지에서 이 씨와 연대를 맹세한다며 “북한 김정은 정권의 끔찍한 인권침해와 거짓말의 피해자”로서 그들과 맞서 싸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오토 웜비어 씨 사건과 관련 정의를 세우기 위한 노력에 매우 협조적이었다고 밝히며 한국 정부도 이래진 씨 가족의 권리를 옹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유엔대북제재 위반을 이유로 압류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 호의 소유권을 인정받는 것을 도왔고 지금도 미국 은행에 은닉된 북한 자산을 찾아내 손해 배상금을 회수하는 일을 돕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지난 2018년 12월 북한 당국이 웜비어 부부에게 미화 5억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지만 북측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청와대는 이날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피살자 수색 활동을 지속적으로 철저히 해 나가고 주변국들과의 정보 협력도 계속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한국 군 당국은 북한 선박이 서해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후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올라탄 채 표류하던 한국 공무원을 지난달 22일 오후 최초로 발견했고, 같은 날 밤 9시 반쯤 단속정을 타고 온 북한군이 총격을 가해 사살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